환노위 증인문제로 파행 등 국감구태 여전
국회는 7일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12개 상임위 소관 부처 및 관계 기관을 대상으로 국정감사에 착수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두 번째인 이번 국감은 오는 27일까지 21일간 국회와 정부, 여당과 야당 사이의 치열한 공방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여야는 국감 첫날 세월호 문제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논란, 안보와 남북 관계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아직 본격적인 충돌을 자제한 채 서로 잽만 교환하는 탐색전이 이어졌다.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 총수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립, 1시간30분만에 정회하는 등 파행 운영됐다.
현대차, 삼성 등 기업 총수들의 국감 증인채택 문제에 대한 여야간 이견차로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정무위에서 국무총리실과 국무조정실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 대응과 후속 조치의 적절성을 따졌다.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은 정무위 국감에서 "세월호 사고 이후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39개 부·처·청이 자체 안전 점검을 한 결과 주요 시설물 24만여 곳에서 총 4만 4천여 건의 지적 사항이 나왔다"면서 "세월호 이후에도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병석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신호등 방식을 도입하면서 대형 사건·사고나 심각한 장애 발생 시 수시로 점등색을 변경하겠다 했지만, 현실을 반영 못했다"면서 "대형 재난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녹색등을 켰다가 세월호 참사 후에야 적색등으로 바꾸는 등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법사위의 대법원 국감에서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 개입 혐의를 무죄로 본 서울중앙지법의 1심 판결이 도마 위에 올랐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번 판결이 '정치적'이라고 비난했고, 여당은 판결을 직접 옹호하는 대신 1심 재판장을 비난한 김동진 성남지원 부장 판사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김 부장판사는 검찰이 해경 수사를 안 했다는 등 착각인지 고의적 거짓 선동인지 알 수 없는 글을 썼다. 정치인도 저렇게 안 한다"며 중징계를 요구했다.
새정치연합 서영교 의원은 "정치의 핵이 선거인데, 정치 관여는 했지만 선거 개입은 안 했다는 판단은 정의롭지 못하다"며 "대법원이 각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박병대 법원행정처장은 즉답을 피했다.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은의 성장률과 물가 전망 등이 부실하다고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2009년까지는 한은의 경제지표 전망이 다른 기관에 비해 정확한 편이었는데 이후엔 가장 못 맞히는 기관으로 전락했다"면서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한은이 2.8%로 실제치(1.9%)와 0.9%포인트의 차이를 보여 국내 기관 6곳 중 가장 부정확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윤호중 의원도 "최근 3년간 한은의 연초 물가전망이 실적치와 1%포인트이상 차이를 보였다"면서 "물가안정을 목표로 하는 한은에 대한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방위의 국방부 국감에선 한미간 협의 중인 전시작전통제권 재연기 문제와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한반도 배치 검토가 논란이 됐다. 새정치연합 안규백 의원은 전작권 재연기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데 대해 "군의 입장을 살펴보면 사실상 전작권 전환 의지가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누리당 홍철호 의원은 "과거 전작권 전환 준비는 우리 군의 단독작전 수행 능력에 초점을 맞춰 한미연합방위체제의 균열을 우려한 국민의 극심한 반대를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면서 "근거를 갖고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이날 발생한 해군 유도탄 고속함과 북한 경비정의 상호 대응 사격 사건도 긴급 현안으로 논의됐다. 한민구 국방 장관은 '경고사격이냐 상호 교전이냐'는 새정치연합 윤후덕 의원의 질의에 "남북간에 상호 교전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답했다.
증인채택 불발파행, 인신공격, 호통 등 국감구태 여전
국회는 올해도 정쟁과 설전 속에 파행을 반복하는 국감 구태를 탈피하지 못했다. 피감기관은 역대 최대인 672곳이나 되는데도 여야 정치권은 세월호 특별법 협상으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부실 국감' 우려를 자초했다. 12개 상임위원회에서 동시에 시작된 이날 국감에서 여야는 초반 기싸움을 벌이며 곳곳에서 파열음을 냈다. 피감기관에 대한 호통 발언과 지역구 민원 챙기기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태도도 여전했다.
환경노동위는 증인 채택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하루 종일 파행을 면치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 의원들은 국감 개회가 선언되자마자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현대·기아자동차, 삼성그룹 등 기업 총수들의 증인 채택이 불발된 것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이에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야당이 증인으로 신청한 기업인들 가운데 23명은 노사 분규와 관련됐는데 야당이 민주노총의 2중대처럼 노조를 지나치게 감싸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나마 일부 의원은 30여 분 늦게 왔다.
결국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이 과도한 기업 감싸기를 넘어 국회를 무력화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증인 채택을 위한 협상에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기 전에는 국정감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환노위 여야 위원들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헤어져 이날 예정됐던 환경부 국감은 무산됐다. 환경부 국감 일정은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기획재정위의 한국은행 국감에서는 막말에 가까운 인신공격성 발언이 나왔다. 새정치연합 홍종학 의원은 정해방 금융통화위원에게 기획재정부와 사전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협의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질의를 하면서 "한글도 모르느냐" 등의 발언을 해 빈축을 샀다.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국감에선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이 민원성 발언을 해 논란이 벌어졌다. 철도부품 납품비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송 의원은 이재영 LH 사장을 향해 "지역구 의원이 사장에게 해당 지역에 아파트를 검토해 보라고 하면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사장이 바쁘면 밑에 있는 직원이 보고서라도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통쳤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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