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문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대북제재 수단인
5·24조치의 해제 여부가 정치권 안팎에서 핫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여당까지 나서서 5·24조치 해제를 적극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황병서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 대표가 지난 4일 남측을 전격 방문, 남북고위급 회담 개최에
합의하고 향후 남북관계가 상당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북한 고위급 대표측과 합의한대로 이달말과 다음달초에 2차 고위급 접촉을 갖기위한 실무작업에
본격 착수한 상태다.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하고
그 핵심 수단으로 5·24조치가 조속히 해제돼야 한다고 연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북한 대표단의 이번 인천
방문은)5·24조치 이후 남북경협 고착 상태를 어떤 형태로 풀어보자는 메시지"라면서 "이제 정부는 5·24조치 등을 포함한 전향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같은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도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 요구를 지속함과 동시에 5·24 조치에 대한 전향적인 접근도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5·24조치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을 계기로
정부가 북측과의 교류 및 접촉을 전면 차단한 것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조치가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라도 해제되지 않고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모색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5·24조치에
관한 정부 입장에 대해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5·24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통일부는
다른 의제들보다 이산가족 상봉에 무게를 두면서 5·24조치에 관해선 함구하다시피 하고 있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이번에 인천을 방문하면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역시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남북관계를 푸는 의미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은 틀림없다고 보지만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면 파격적인 것들로 분위기가 좋다가 다른 요인으로 오히려
후퇴하는 일을 너무 많이 봐왔다"며 "어제 일은 축소해서 볼 필요도 없고 과하게 기대해 남북관계를 낙관하는 쪽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말하며 신중한 자세로 고위급 접촉에 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향후 남북 고위급접촉 시 협상 과정에서 5·24조치를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이의 해제를 성급히 거론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하지만 이르면 이달말로 예정된 고위급접촉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5·24조치 해제 요구가 한층
거세질 경우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5·24조치에 관한 여론이 비등하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도 덩달아 여론의 관심사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건은 향후 접촉과정에서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정부의 선택이 좌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결국 정부는 북측의 태도를 감안, 5·24조치에 대해 부분적 해제 등 전략적
조치를 취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