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모임 이재오 "본질호도 안돼" 비판
[류재복 대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최근 정치권에서 탄력이 붙기 시작한 개헌론과 관련, "또 다른 경제 블랙홀을 유발할 것"이라며 확실한 선을 긋고 나섬에 따라 여의도발(發) 개헌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개헌모임)은 이달 중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독자적 개헌안을 만들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모임에는 모두 152명이 참여해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 재적의원 과반수도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연초 신년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조기 개헌논의에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국회 차원의 논의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특히 개헌모임에 소속된 새누리당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박 대통령의 강한
메시지를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계의 유기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임기 전반에 개헌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대통령 흔들기이자 힘 빼기"라며 박 대통령의 언급을 적극
옹호했다.
친박 '맏형'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최근 개헌논의에
대해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면서 방어막을 쳤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는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회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합리적 개헌 논의는 국회에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개헌 논의의 구체적 시기는 밝히지 않은 채
논의 필요성을 원론적 수준에서 언급하는 '절제된' 표현으로 보인다. 이는
김무성 대표가 최근 "개헌 논의는 이번 (정기) 국회가 끝나고 해도 늦지 않다"고 언급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이미 논의에
들어간 개헌모임의 행보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개헌모임
소속 여야 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는 점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개헌모임을 주도하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트위터에 "개헌은 찬반의 문제이지 시기의 문제라고 본질을
호도하면 안된다"면서 "개헌은 경제살리기나 일자리 창출, 국정수행에 블랙홀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역할을 분담해서 하는 것"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의원은 "현 정부는 임기 내 경제살리기에 매진해야
한다"면서 "국회에서는 이미 개헌안 발의선을 넘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여당 의원은 "우리의 국력이나 경제력, 국민 의식 수준에 비춰 개헌을 논의한다고 경제나 민생
등에 관심을 쏟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은 우리 국민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의원도 트위터에 과거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4년 중임제 개헌 추진을 공약한 것을
거론하며 "이제 와서 개헌 논의를 반대하는 건 옹색한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제회생에 골든타임이 있듯 개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개헌, 더이상 미룰 일 아니고 선거가
없는 지금이 적기"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차원에서 강하게
반발했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국회의 개헌 논의를 비난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이러니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헌하자는 주장이 힘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국회가 헌법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더구나
개헌 필요성은 87년 개헌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대통령이 '오더'(지시)를 내리면 정쟁과 갈등의 원인이 되는 만큼 대통령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 말고 국회의 진지한 개헌논의를 지켜봐 주는 게 현명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