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에 마구잡이 증인 채택 여전히 '구태'
[류재복 대기자]
세월호 특별법 협상을 가까스로 타결한 여야의 시선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국회 국정감사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국감 대상기관 확정과 증인 채택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이뤄졌고 역대 최다 기관이 국감 무대에 오르게 됐다.
올해에도 재계 인사에 대한 무더기 증인채택이 재연돼 예전 같은 불참 사태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된다. 최근 정국 상황을 반영하듯 정부 핵심 인물 등에 대한 증인 채택과 신청도 되풀이됐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고 오는 7일부터 20일간 열리는 국정감사의 피감기관을 672곳으로 확정하는 내용의 감사대상 승인 건을 의결했다. 대상기관 수는 역대 최대로 지난해(630개 기관)보다 42개나 증가했다.
지난달 30일 세월호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국감일정을 여야가 합의한 후 이틀 만에 대상기관까지 선정하는 초고속 의사결정이다. 피감기관이 사상 최대인데 반해 준비기간은 일주일도 안돼 '겉핥기식' 부실 감사가 불가피하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회는 국감에 출석할 증인 채택도 서두르고 있다. 전날 11개 상임위에 이어 이날 환경노동위와 국토교통위 등 5개 상임위에서 증인 채택 문제가 논의됐다. 이미 채택된 증인 면면을 살펴보면 작년처럼 대다수 기업인이 국감 출석을 요구받았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는 배경태 삼성전자 총괄부사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을 각각 단말기 유통법 내 분리공시 무산과 위성매각 논란을 이유로 증인으로 불렀다. 산업통상자원위에서는 지난해 말 국회 최대 이슈였던 외국인투자촉진법과 관련해 법 처리 후 효과 검증차원에서 김병렬 GS칼텍스 대표이사와 차화엽 SK종합화학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증인명단이 확정되지 않은 상임위에서는 기업인 증인채택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환노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의 증인 확정을 요구하는 야당과 반대하는 여당 간 이견이 확연하다.
막상 이들이 증인으로 채택된다 하더라도 실제 출석할지는 불투명하다. 전례로 볼 때 대다수 재계 최고경영자들은 해외출장 등 개인 사정을 들어 국감장 출석을 기피하는 게 다반사였다. 신동빈 회장은 2012년 국감 출석을 통보받았지만 나가지 않았다가 벌금 1000만원을 받았다.
작년 결산안 지각 의결
여야 국회의원들이 2일 본회의에 참석해 2013년도 결산안과 국정감사 계획서 등을 표결하고 있다. 이번 정기국회 국감 대상 기관은 모두 672 곳으로 제헌국회 이래 최다 규모다.
남제현 기자최근 문제가 된 이슈들과 관련한 정가 인사들의 출석 문제도 논의 중이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과 심명필 전 4대강살리기추진본부장의 채택 가능성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선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 증언대에 설 것으로 보인다. 증인채택이 일단 끝났지만 논란이 끝나지 않은 곳도 있다.
산자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해외자원개발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의 증인 채택을 종합감사 때까지 요구할 계획이다.
국회는 이날 349조원 규모의 2013년도 결산안도 함께 의결했다. 국회법에 따라 결산안은 정기국회 개의일인 9월 1일 이전에 처리해야 하지만 번번이 이 법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는 올해 이 관행을 깨겠다며 예결위 결산소위를 조기 가동하는 등 노력했지만 세월호 정국의 여파로 올해도 법정시기를 지키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