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국공합작(國共合作). 1951년생 동갑내기인 두 'MS(무성, 문수) 형제'가 한배를
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경기지사 퇴임 후 야인으로 떠돌던 김문수 전 지사를 당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를
'문무(김文수·김武성) 합작'으로 표현했지만 당내에서는 '국공합작'이 더 어울린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공합작은 20세기 전반 중국 국민당 장제스(蔣介石)와 공산당 마오쩌둥(毛澤東)이 일본 제국주의의
침탈에 맞서 펼친 연합전선을 말한다. 일제를 몰아낸 후 국공은 내전을 벌였고 공산당이 역사의 승리자가 됐다. 정치권 호사가들은 왜 이들의 연대를
국공합작이라고 부를까. 지난달 15일 김문수 위원장 영입이 발표됐을 때
의외라는 반응이 꽤 있었다. 언뜻 보면 '동급'인 김 위원장이 김 대표 밑으로 들어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위원장 일부 측근들은
반대했다.
두 MS의 '깜짝' 합작은 공동의 이해관계에 기반을
둔다. 차기 대권을 향해 일단 어깨를 걸고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차원이다. 외세에 대항해 통일전선을 펼친 장제스와 마오쩌둥처럼 그들 역시
일단 단결키로 했다.
'공동의 적'은 누구인가. 차기 대권을
노리는 'MS 형제'는 일차적으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 주류 세력 생각은 달라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친박
주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자체 발굴이 어렵기 때문에 외부에서 데리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에서 주류는 당내 인사가 즐비한 상황에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데려왔다. "(김문수·김무성) 두 사람이 무슨 대권
후보감이냐"(한 주류 의원)는 의견이 권력 핵심부에서 왕왕 들린다.
더구나 김 대표와 청와대의 관계는 시한폭탄처럼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김 위원장 역시 국무총리직을
맡고 싶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지만 청와대는 '콧방귀'도 끼지 않았다. 동갑내기 형제가 주류의 대권 후보 영입에 맞선 통일전선을 구축해야
하는 이유다.
두 사람의 합작은 단독으로 뜻을 펴기에는 아직 힘이
약하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최종적으로 대권 후보가 누가 되든, 둘 중 한 명이 되든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양측이 보수혁신위 구성을
몽땅 본인들과 가까운 인사로 채운 것도 이런 이유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몽준 전 대표, 홍준표 경남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비박 거물들을
당직에 임명해 합작세력의 덩치를 키우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MS 형제'의 국공합작은 필연적으로 언젠가는 깨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 후보는 딱 1명이다. 김 대표와 김 위원장의 대결 역시 시간문제일 뿐이다. 혁신위 '전권'을 놓고 양측이 티격태격한 데 대해 김 대표는
"(갈등을 부추기는) 언론 탓"이라고 했지만 일종의 '복선'으로 읽히는 이유기도 하다.
새누리당판 국공합작에서는 누가 최후에 미소지을 것인가.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첫 혁신위 워크숍을
열며 '혁신'의 깃발을 올렸다. 김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불러 보고를 받는 등 연일 공직사회 다잡기를 하고 있다. 동상이몽의 'MS 형제'는 일단 손을 맞잡고 웃으면서 대권 가도를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