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시대-- 신흥국 달러 썰물
미국 달러 가치가 오르면서 주요 상품 가격들은 하락하고, 아시아의 신흥국가들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 속도가 유럽이나 일본 같은 다른 선진국에 견줘서 빠르고 미국이 내년에는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라, 당분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3일에도 85 이상을 나타나며 강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30일 85.9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1일에는 85.6으로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강세 추세다. 달러인덱스 숫자가 클 수록 달러 가치가 강세라는 뜻이다.
달러가 약세일 때는 금·은 같은 귀금속을 포함한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지만, 달러가 강세일 때는 반대 경향을 보인다. 상품 가격이 투기적 수요에 의해서도 상당 부분 좌우되기 때문이다.
최근 달러 가치가 오르자 달러 대체 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금 현물 가격은 지난달 1일 트로이온스(31.1035g) 당 1286달러에서 이달 2일에는 1214.57달러로 약 5.5% 하락했다. 은 현물 가격도 같은 기간 트로이온스 당 19.47달러에서 17.11달러로 약 12.12% 하락했다. 구리와 철 등은 유럽 경기 회복에 대한 회의감과 공급 증가까지 겹쳐 상황이 더 심각하다.
구리 3개월물 선물 가격은 2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t당 6600달러로 5개월 사이 가장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싱가포르 유비에스(UBS) 웰스 매니지먼트의 도미닉 슈나이더는 “강해진 달러가 열쇠를 쥐고 있다”며 “몇달 내 구리 가격이 t당 635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은 세계적 공급 증가까지 심각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철 시대의 종말>이라는 보고서를 낼 만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아시아 신흥국에 투자된 달러도 빠져나가는 추세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일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아시아 신흥국들의 자본시장에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 링깃과 인도네시아 루피아가 달러에 견줘 모두 4.1% 절하되는 등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크레디트스위스 자료를 인용해 아시아 국가 중 타이와 인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펀드 시장에서 자금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 각국 주식시장 가운데 타이와 인도는 각각 6억5700만달러와 9억2900만달러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한국 5억3600만달러, 대만은 18억8000만달러, 인도네시아는 6억1600만달러, 베트남은 4000만달러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각국 정책 당국도 자금 유출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차티브 바스리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지난달 “미국 금리 인상이 인도네시아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으며, 필리핀 중앙은행도 자국 페소가 지나치게 변동이 심하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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