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화천 27사단 여군중위 사망사건... 그 진실은
軍, 화천 여군중위 자살사건 당시 대대장 기소
[류재복 대기자]
육군은 4년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원 화천 27사단 여군 심모 중위 사건을 재수사한 결과 당시 대대장 ㄱ소령의 가혹행위가 있었음이 확인됐다고 17일 밝혔다. 당시 심 중위의 자살 원인을 '이성 문제'로만 몰아갔던 군이 뒤늦게 가혹행위 사실을 밝혀낸 것이어서 애초에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육군본부 보통검찰부는 ㄱ소령을 지난 16일 허위공문서 작성, 허위작성 공문서 행사, 직권남용 가혹행위, 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 직무유기, 협박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육군에 따르면 ㄱ소령은 매일 오전·오후 1~2시간씩 대대장실로 심 중위를 불러들여 문을 닫은 채 면담을 강요했다. 평일·주말, 일과·심야시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위치보고를 이유로 문자나 전화를 하도록 지시했다. 이같은 강요로 6개월 동안 500여건의 문자와 500여건의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ㄱ소령은 심 중위에게 "장기복무 선발이 되려면 내 바짓가랑이에 매달려라"고 말하기도 했다.
ㄱ소령은 이전에도 군 자체 감찰 결과 성희롱 전력이 있었으나 사건 당시 해당 부대 사단장은 ㄱ소령을 구두 경고하는데 그쳤다. 군은 심 중위의 자살을 "남자 친구와 결별한 데 대한 상실감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이후 ㄱ소령은 다른 부대로 근무지를 옮긴 뒤 지난 4월 또 다른 여군을 성희롱했다가 지난 6월 보직해임 당하고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군 당국의 부실한 조치가 제2, 제3의 피해자를 양산한 셈이다.
이에 지난 5월 심 중위 어머니의 고충민원을 받아 사건을 조사 중이던 국민권익위원회는 심 중위의 사망 역시 ㄱ소령의 성희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 재조사에 나섰다. 군도 6월24일 뒤늦게 재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군은 ㄱ소령의 성추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아 재수사 역시 부실한 것 아니었냐는 비판도 나온다. 육군은 이날 기소 사실을 공개하면서 "심 중위에 대한 성적 괴롭힘은 확인할 수 없었다"며 ㄱ소령에게 성추행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 관계자 30여명을 조사했지만 관련 범행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ㄱ소령 역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심 중위의 어머니는 지난달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ㄱ소령이 심 중위에게) 밤 10시 넘어서 휴대전화를 꺼놓고 같이 이야기하자고 해서 학교 운동장에 있다가 아침에 5시가 돼서 (심 중위와) 통화가 됐다"며 "(심 중위가) 그 다음 날 '엄마, 아무 말도 묻지마' 하면서 거의 1시간 동안 전화기를 들고 울었다"고 말했다. 또 "화요일하고 목요일날은 저녁마다 체력단련 운동한다면서 산의 초등학교로 불러냈다"고도 했다.
심 중위의 어머니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도 "(딸이) 결혼을 못할 것 같다, 엄마 내가 대대장실에 들어가고 있는 거… 정말로 CCTV를 하나 달고 싶다, 한 시간 동안 울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육군은 여전히 심 중위의 자살 원인이 당시 예하부대 병사와 교제를 하다 결별한 것 때문이라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한 뉘앙스도 풍겼다. 이날 기소 사실을 설명하던 육군 관계자는 "ㄱ소령이 심 중위가 병사와 교제한 사실을 보고받은 뒤 성관계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한 혐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초동수사가 잘못됐다기보다는 당시 수사에서는 사귀던 남자와의 결별만을 조사하다보니 가혹행위를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며 "ㄱ소령의 가혹행위와 심 중위 자살의 연관성도 추가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심 중위의 어머니는 병사와의 교제 사실 자체가 군의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 중위의 어머니는 CBS 라디오에서 "(그 병사는) 당시에 헌병대에서 진술서를 부르는 대로 썼다고 한다"며 "자기는 그런 건 아니다라고. 이성관계도 아니고 그냥 같은 부대에 있으니까 (단순 동료다) 그래서 그 진술서를 저한테 다시 써주기로 했는데, 그 사병의 엄마가 헌병대에 전화하니까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되지 않느냐. 그런 거 써줄 필요없다. 다 끝난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