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안건상정 권한 있나? 없나?“ 법리공방
추석 연휴를 넘기도록 정기국회 파행 사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과연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안건상정을 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를 놓고 여야가 전선을 넓히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개정 국회법)으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권한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여당인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에게 그럴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난데없는 '법리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
새누리당은 10일 국회 정상화를 거듭 촉구하며 여의치 않으면 오는 15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소집해 현재 계류중인 90여개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특히 개정 국회법에서도 국회의장이 회기전체 의사일정과 당일 의사일정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있는 만큼, 본회의를 소집해 이미 상임위를 통과해 계류중인 법안을 처리하는 데에는 법리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회 일정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의장이 결정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법사위를 통과한 민생경제 관련 계류법을 의장이 직접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면서 "15일 반드시 본회의를 열어 계류중인 민생법이라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개정 국회법에서도 여야간 의사일정 협의가 안될 경우 국회의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고 있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어려울 때에는 국회의장이 단독국회를 소집해 민생법안을 처리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야당의 동의 없이 본회의를 여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계류 중인 93개 법안을 상정할 수 있는가. 단언컨대 그럴 수는 없다"면서 "국회법 어디를 살펴봐도 의장은 본회의 소집권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국회법 76조 2항에는 의장의 '의사일정 작성권'이 명시됐지만, 이는 안건의 대강을 정하는 예정서일 뿐"이라며 "오히려 선진화조항인 국회법 85조에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원칙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천재지변, 비상상태, 여야 합의, 신속처리대상안건에 한해 예외로 직권상정 등의 규정을 두고 있지만, 지금 본회의에 계류된 93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지속적으로 촉구해 온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다시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별도 접촉을 갖고 절충점 마련을 거듭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의 한 측근은 "정 의장은 이번 주안에 의사 일정이 합의되지 않으면 정기국회가 표류하는 위기를 맞게 된다는 심각한 인식을 갖고있다"면서 "국회 정상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 관계자는 법리논쟁과 관련해 "국회법상 국회의장은 회기전체 의사일정과 당일 의사일정을 작성할 수 있다"면서 "본회의 일정은 회기전체 의사일정 중 일부에 해당하기 때문에, 국회 운영위에 협의 공문을 보낸 후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의사일정을 작성해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계류중인 안건 가운데 순서를 정하는 것이 당일 의사일정"이라며 "그것은 법적으로 교섭단체 협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회의장이 법에 따라 딩일 일정을 작성해 본회의에 상정할 수는 있다"고 해석했다.
권맑은샘 기자 kbc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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