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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복 대기자]
대형마트 생수 코너에는 이름도 종류도 각양각색인 ‘생수’들이 늘어서 있다. 수십 가지
생수들 틈에서 자신이 찾는 물을 찾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현재 시판되는 국내산 생수만 20여 가지가 넘는다. 수입 생수까지 더하면 30여
가지를 훌쩍 넘는다. 그 수를 헤아리기가 힘겹다. 생수를 취수하는 수원지
또한, 국내에만 70여 곳에 달한다. 제조업체 역시 70여 곳. 2012년 말 기준 환경부의 ‘먹는샘물 제조업체 허가 현황’을 분석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내에만 모두 67개 제조업체가 67개 수원지에서 생수를 생산, 공급하고 있다.
천차만별인 브랜드와 수원지·제조업체 중 자신 있게 선택할 수 있는 제품은 얼마나 될까. 각각의
차별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소비자는 또 얼마나 될까. 대전의 한 대형마트
생수 코너에서 만난 소비자들이 생수를 선택하는 기준은 대부분 ‘가격’이었다. 브랜드와 수원지를 꼼꼼하게 따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50대의 한 주부는 “풀무원 샘물을 먹다보니 그 제품만 찾게
되더라. 없으면 낯익은 브랜드를 고르게 된다”라며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가격이다. 성분이나 수원지를 따져 봐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구제역 등이 떠올라 수원지를 확인한다. 그런데 워낙
다양한 곳에서 생산되다보니, 일일이 따지기도 힘들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렇다고 비싼 수입 생수를 고르기엔 가격 부담이 만만치
않다.
문제는 이런 고민이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다양한
브랜드와 수원지만큼 제품마다 차별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즉, ‘그 물이 그 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굿모닝충청이 대전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21개 제품을 구입, 수원지별 성분 함량을 비교한
결과 큰 차이점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 한 언론이 환경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한 곳의 수원지에서 여러 브랜드의 생수가 생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한 브랜드의 생수가 여러 수원지에서 생산되는 경우도
있다.
보도에
따르면 경기 포천시 이동면의 수원지에서 취수된 물이 이동 크리스탈·롯데 아이시스·풀무원 샘물로 포장되고, 충북 청원군 미원면 수원지 물은
롯데아이시스·홈플러스 맑은 샘물·킴스클럽 샘물·초이스엘 샘물 등의 브랜드로 생산되고 있다. 또 롯데 아이시스는 경기 포천시·충북 청원군·충남 공주시·전북 순창군·경남 김해시 등 6곳의
수원지에서 생산된다. 하이트진로의 석수와 퓨리스는 각각 7곳과 8곳의 수원지를 갖고 있다. 풀무원 샘물과 동원 미네마인은 각각 5곳의 수원지에서
취수된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공급하는 제주 삼다수와 일부 해양
심층수 등 독점 수원지를 보유한 몇몇 제품을 제외하면, 소비자들이 아무리 브랜드와 수원지·성분 등을 따져도 결국 ‘그 물이 그 물’인 셈이다.
대전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물은 고객의 선호도에 따라 본사 매입부가
결정하기 때문에 우리도 정확히 알고 있지는 않다”라며 “소비자들도 좋은 물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실질적인 효능에 대해서는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찾지는 않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