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폭행… 하루 14시간 일 시킨 고물상 주인
종업원에 교통사고 보험사기… 보험금 4억여원
챙겨
[류재복 대기자]
경기 동두천에서 빈병과 폐지를 모아 홀로
생계를 유지하던 김모(47)씨. 지적장애 2급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그에게 인근 고물상 주인 박모(55)씨는 수입도 챙겨주고 막걸리도
건네던 형 같은 존재였다. 2007년쯤 박씨는 김씨에게 "숙식을 제공하겠다"며 고물상에서의 일자리를 제안했다. 하지만 김씨가 고물상 내 컨테이너
숙소로 거처를 옮기자 박씨는 '천사'의 탈을 벗고 '악마'의 본색을 드러냈다.
박씨는 김씨를 주먹과 발, 둔기 등으로 마구 때리며 하루 14시간씩 노예같이 부렸다. 황산병을
치켜드는 등 공포분위기를 자극해 신고를 못하게 했다. 최소한의 끼니만 제공했고 일당이라고는 하루 담배 한 갑과 막걸리 한 병이 전부였다. 허기를
참지 못한 김씨가 빈 병을 몰래 빼내 가게에서 막걸리 등을 바꿔 먹다 걸리면'절도죄'를 뒤집어씌워 확인증도 받아냈다. 가불하지도 않았는데
수백만원을 가져갔다는 차용증 10여장까지 써야 했다. 모두 김씨를 가둬두기 위한 협박용이었다.
박씨는 김씨를 교통사고 보험을 타내기 위한 도구로도 활용했다. 박씨는 김씨 등 고물상 종업원들을 고물
수거용 1톤 트럭 2대에 나눠 태우고 서로 충돌하게 하거나 고의로 전신주 등을 들이받도록 해 보험금을 타냈고, 김씨 몫인 월 28만원 상당의
기초생활수급비도 착복했다.
박씨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혈육도 범행
도구에 불과했다. 김씨와 비슷한 시기 형의 고물상에서 일하게 된 친동생(51) 역시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머슴처럼 일하며 보험사기에 동원됐다.
2012년 11월쯤 자전거 사고로 고관절이 파열돼 받은 보험금 1,380만원도 형이 가로챘다. 다리를 저는 동생은 "받아주는 곳도, 갈 곳도
없어 참고 견뎠다"고 경찰에서 흐느꼈다.
박씨의 파렴치한 행각은
이 고물상에 고용됐던 A(57)씨가 지난 5월 보험사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2012년 8월 고물상에 들어와 보험사기 등에 동원됐던 A씨는
박씨가 2년 넘도록 월급을 주지 않고 폭행하자 모든 사실을 한 보험사 직원에 털어놨다. 경기경찰청 제2청 수사과는 4일 박씨를 사기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감금ㆍ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보험사기에 가담한 혐의(사기)로 박씨의 아들(21)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씨와 박씨의 동생, A씨 등 종업원 11명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결과 박씨는 2007년 3월부터 김씨 등 장애가 있는 종업원들을 강제로 부리며 상습 구타하고
야간에는 컨테이너 기숙사 출입문에 자물쇠를 설치, 감금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신고를 못하게 종업원들에게 받아낸 확인증과 차용증도 100여장이나
됐다. 또 2009년 11월부터 지난 5월 22일까지 무려 144차례에 걸쳐 김씨 등 종업원들에게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게 해 11개 보험사로부터
보험금 4억380여만원을 챙겼다. 보험사기에 재미를 보던 박씨는 더 많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종업원들 명의로 상해와 의료실비보험 등에 별도로
가입, 수령인으로 자신을 지정해 두기도 했다. 검거될 당시 박씨가 가입한 보험만 11개사 30여 개에 이르고 월 납입액만 고물상 수입의
80%가량인 700만~800만원에 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씨는
경찰에서"오갈 데 없는 부랑인이나 전과자, 알코올중독자를 먹여주고 재워줬다"며"종업원들이 짜고 모함하는 것"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고물상이 지옥과도 같았을 텐데 지적장애를 앓는 김씨 등 종업원 일부는 여전히 그곳을 떠나지 않고 있다"며 "보험사기에 개입한 게 확인돼
종업원들을 입건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