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여야 원내대표가 15일 나란히 '빈 손'으로 취임 100일을 맞게 됐다. 지난 5월8일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화와 상생을 강조하며 여야 원내사령탑에 올랐지만, 그간 단 한 건의 법안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할 정도로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4일 "1,000일 같은 100일이었다"고 소회를 토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폭풍 같은 100일이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100일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고 자평한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원내대표 콤비가 출발선에 섰을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평가되는 이 원내대표는 당내 기반이 탄탄하진 않지만 박심(朴心)을 업고 추대됐던 만큼 야당을 대화와 타협의 장으로 끌어낼 적임자로 여겨졌다. 청와대와의 코드 맞추기에 주력했던 최경환 전 원내대표와는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컸던 것이다.
박 원내대표 역시 선명한 강성 이미지가 강했지만 당내 각 계파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았던 터라 이전 원내대표들에 비해 정치적 입지가 훨씬 넓을 것으로 평가됐다. 전병헌 전 원내대표가 원내 협상의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주요 계파의 이해관계에 휘둘렸다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을 성사시켜 상시 대화채널을 구축했고, 이 원내대표의 주선으로 지난달 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도 이뤄냈다. 이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면서 패배가 예상됐던 6ㆍ4 지방선거의 파고를 무난히 넘어섰고, 박 원내대표도 세월호 국정조사 합의를 끌어내고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4명을 낙마시키며 제1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실질적인 입법화에 있어선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직접적인 요인이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띈 지방선거와 '미니 총선'으로 규모가 커진 7ㆍ30 재보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치력이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이 재보선 압승 이후 특별법 협상은 물론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채택과 관련해서도 강경모드로 돌아선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가 특검 추천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합의를 함으로써 정국은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정부 여당은 세월호 정국 해법에 대해, 야당은 민생ㆍ경제분야 입법에 대해 각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장기파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