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다시 안갯 속으로
야당과 유가족 재협상요구 논란으로
[류재복 대기자]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로 풀리는 듯했던 세월호 정국이 야당 및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재협상 요구로 다시 얼어붙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선 특별검사 추천권을 관철하지 못한 데 대한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재협상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새정치연합 의원 46명은 10일 성명을 내고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수용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13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 재협상 요구 확산…여, "합의 존중돼야"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예상을 뛰어넘는 거센 후폭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반발과 저항이 강해 합의를 이행할 것이냐, 파기할 것이냐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빠졌다.
여야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7일 회동을 갖고 한 발씩 물러서서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 추천권은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되 진상조사위에 유가족 추천 인사(3명)를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가족 추천 위원 3명이 들어가면 의결정족수가 확보되기 때문에 적어도 지금까지 진행됐던 다른 조사위보다 훨씬 더 (실효성 있는) 진상규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폭풍이 일자 구성 비율을 5(여당 추천)대 5(야당 추천)대 4(대법원장과 대한변협회장이 각 2명 추천)대 3(유가족 추천)으로 하게 된 경위를 재차 설명한 것이다. 유가족들이 주장하고 있는 진상조사위의 특검 추천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해보고 진지하게 노력해보겠다"며 사실상 추가협상 의사를 밝혔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파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세한 말씀은 못 드리지만 논의할 구석도 조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우윤근 정책위의장을 내세워 특검 추천권을 사실상 야당 또는 진상조사위가 행사하는 조항을 특별법에 명시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합의가 끝난 사안을 재고할 여지도, 이유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재협상 여부는 새정치연합이 판단할 문제"라면서 "그로 인한 뒷감당은 모두 야당이 져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윤영석 원내대변인도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을 통해 "합의가 무산된다면 국회는 또다시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새정치연합이 특별한 사유 없이 지난 7일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무산시킨다면 국민은 새정치연합에 수권정당 가능성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접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는 특검 추천권 외에도 진상조사위 활동 기간을 비롯한 3∼4개 쟁점 사항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위 활동 기간을 두고 새누리당은 기본 1년에 필요 시 6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새정치연합은 기본 1년에 필요 시 6개월 연장하고 다시 3개월을 연장할 수 있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국조특위의 청문회 증인 협상도 제자리걸음이다.
세월호 국조특위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은 이날 오후 만나 막바지 절충에 나섰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조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주장하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 유정복 인천시장의 증인채택 요구에 대해 "수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 "여야 밀실합의 파기해야"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여야 원내대표의 밀실합의를 파기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책위는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과 국민의 요구를 무시한 세월호 특별법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애써 온 그동안의 시간을 여야 원내대표가 짓밟았다"면서 "새정치연합은 11일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합의를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했다.앞서 지난 9일엔 세월호 특별법 합의에 반대하는 대학생 10여명이 국회 본관에 있는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회의실을 점거하려다 국회 직원들에 의해 제지당하는 일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