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정계 은퇴... "저의 꿈 접겠다"
[류재복 대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전 대표가 7·30 재보선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손 전 대표의 은퇴로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야권의 대선 후보군이었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고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모두 서거하거나 이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손학규 전 대표는 경기 시흥 출신으로 1965년에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해 한일협정 반대 투쟁에 참여하는 등 학생 운동을 이끌었다. 서울대 시절 법대이던 고 조영래 변호사, 상대의 고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3인방'으로 불릴 정도였다.
유신 체제가 끝난 후 영국 유학을 떠나 옥스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인하대와 서강대에서 교편을 잡았다. 손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한 것은 1993년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한 손 전 대표는 1993년 경기도 광명 보궐선거에서 민자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된 후 3선을 지냈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거쳐 2002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를 재직했다.
경기도지사 당시 실적으로 국민의 신망을 받으면서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고,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과 맞붙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갈등 끝에 한나라당 탈당 후 야당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야권 정치인 손학규의 길이 순탄치는 않았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에 패한 것부터 시련이 시작됐다. 손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위기에 처한 야당의 구원투수로 발탁됐지만, 2008년 18대 총선에서 당 대표로 출마한 서울 종로에서 한나라당 박진 후보에 패하며 다시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손 전 대표는 2010년 10·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당선되면서 부활했다. 당 대표 재직 시절 무엇보다 제1야당 대표로서 야권통합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민주통합당을 탄생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다.
2011년 4·27 재보선에서는 당시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릴 정도로 여권의 텃밭이었던 경기 분당 재보선에서 승리하면서 야권의 제1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2012년 대선 경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바람을 일으켰지만, 문재인 의원에 패했고, 2014년 7·30 재보선에서 수원 병에서 수십년 새누리당의 아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패배하면서 결국 정계은퇴를 선택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여러분과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저녁이 있는 삶을 돌려드린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며 "모두 함께 일하고 일한만큼 모두가 소외받지 않고 나누는 대한민국을 만들려 했던 저의 꿈을 이제 접는다"고 정계 은퇴를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수원팔달의 패배는 저 자신의 패배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이 전체적으로 정치에 대한 깊은 불신이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기대와 신망이 충분치 못한 것"이라며 "새정치민주연합부터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혁신하는 자세를 갖추기 위해 누군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