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을·수원을 민심 두달만에 여당으로 변해
[류재복 대기자]
세월호 참사와 인사 참사를 야기한 정부여당의 무능 보다도 오히려 6·4 지방선거 이후 무능함과 안일함에서 벗어나지 못한 야당에 대한 심판이 표심으로 표출된 셈이다. 지방선거 당시 새정치연합이 우위를 드러내보였던 서울 동작을, 수원 권선 등 수도권 지역구의 여야 득표율 변화는 민심의 흐름을 수치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박원순 밀었던 동작 민심, 이번엔 야당에 등돌려
동작을은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지역구였지만 새정치연합 박원순 서울시장이 57.89%의 득표율을 얻어 41.35%를 득표한 정 전 의원을 16%포인트 차로 따돌렸을 정도로 박 시장 지지세가 우세했다.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기전 새정치연합의 기동민 후보가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임을 강조하며 '박원순 마케팅'을 내세웠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한 정의당 노회찬 후보도 "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철학, 노선이 같다. 서울시와 함께 지역 발전을 이루겠다"며 박원순 마케팅을 이어갔다.
하지만 동작을이 46.8%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지방선거때 박 시장을 찍은 야성(野性) 유권자들은 그 때처럼 결집하지 않았다. 막판 야권 단일화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단일 후보가 된 노회찬 후보가 새정치연합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한계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작을의 무효표 1천403표중 상당수가 기 후보를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 권선 야권 지지자, 어디로 갔나
수원 권선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김진표 경기지사 후보가 50.61%의 득표를 얻어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49.38%)를 누른 곳이다. 새정치연합 염태영 수원시장은 권선에서만 57.01%의 몰표를 받기도 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정미경 당선인은 이 지역의 의원이었고 전에도 출마해서 꾸준히 유권자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한 반면, 백혜련 후보는 안산에서 총선에 출마했었고, 이번에 영통에 공천 신청했다가 막판에 옮기면서 지역민들과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호남 유권자들의 냉혹한 심판
순천과 곡성은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새정치연합 이낙연 전남지사에게 각 77.56%와 75.08%의 압도적 지지를 보낸 곳인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야말로 민심의 대이반이 일어난 것이다.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도 민심 변화는 읽힌다. 광산을에 전략 공천된 새정치연합 권은희 당선인이 무난하게 국회 입성에는 성공했지만 이번 15개 선거구 가운데 22.3%라는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은 예사로이 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연합 윤장현 광주시장의 전략공천 문제가 논란이 됐음에도 광산의 투표율은 54%를 넘겼다. 인근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당선된 새정치연합 이개호 당선인이 81.29%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60.61%라는 권 당선인의 득표율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광주 광산구청장 선거때 새정치연합 후보와 경쟁한 통합진보당 후보의 득표율이 16.6%에 그쳤지만, 이번에 광산구민들은 권 당선인과 대결한 통합진보당 후보에게 이보다 훨씬 많은 26.4%의 지지를 보냈다.
정치권에서는 당 지도부의 권 당선인 전략공천 이후 당내의 혼란과 갈등, 분열 양상이 유권자들에게 총체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투표 참여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