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복 대기자]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의 '여의도 귀환' 시나리오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꾸준히 야권의 '잠룡'으로 이름을 올리던 손 고문은 이번 패배로 차기 대권을 겨냥한 행보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사실 손 고문이 출사표를 던진 경기 수원병(팔달)은 워낙 새누리당의 강세가 뚜렷한 여당의 '텃밭'이어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수원 팔달은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한 번도 민주당계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야당의 '불모지'인 데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최근까지 5선 의원을 지내며 '철옹성'을 구축해 손 고문으로서는 독배를 든 것과 마찬가지라는 반응도 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선거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여기가 진짜 사지(死地)다. 분당보다 훨씬 어렵다"라고 토로할 정도였다. 게다가 여름휴가가 한창인 평일에 선거가 치러지는 바람에 야당 지지 성향이 뚜렷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점도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 손 고문의 당선에 적지 않은 기대를 걸었던 것은 그가 경기지사를 지낸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이자 고비마다 더 큰 위기를 돌파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손 고문은 당시 정동영 후보의 조직력을 넘지 못해 고배를 마셨으나, 이듬해 대표직을 맡아 대선 패배 후 당을 추스르는 데 몸을 던졌다.
이어 2010년 지방선거 패배 후 다시 당 대표에 선출된 손 고문은 이듬해 4·27 재보선에서 여당의 텃밭으로 그야말로 사지로 꼽혔던 경기 분당을에 도전장을 던져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분당 신화' 재연을 꿈꿨던 7·30 재보선에서 검사 출신의 40대 정치신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게 무릎을 꿇게 돼 차기 대권가도는 물론 정치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안철수 공동대표,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대권 경쟁자들이 현역 의원과 시·도지사로서 활발한 행보를 펼치는 것과 비교해 한 걸음 더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9월 대선후보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의원에게 패한 뒤 벌써 2년 가까이 중앙 정치무대에서 뚜렷한 역할을 맡지 못하면서 조직과 지지세가 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고민스럽다.
특히 손 고문이 만 70세가 되는 다음 대선이 사실상 마지막 대권도전 기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낙선의 여파가 더욱 커보인다.
손 고문은 선거 유세와 기자회견에서 누차 "이곳 팔달이 제 마지막 지역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단순히 '철새 정치인' 논란에 대한 해명을 넘어 정치적 명운을 건 마지막 승부수라는 의지를 은연중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