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與·野 모두 '공천 잡음'
여야 지도부 ‘심판대’에 올라
[류재복 대기자]
7·30 재·보궐선거에서 여야는 정책과 비전을 통한 기존 지지층 결집, 새로운 지지층 확대라는 선거 승리 공식을 선보이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신의 장점을 알리기보다는 상대 당의 약점과 허물을 드러내며 네거티브에만 매달리는 양태를 보였다. 여야 모두 당리당략적 전략공천에 따른 극심한 공천 잡음과 내홍을 겪었고, 후보 자질론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을 벌였으며 선거전략도 오락가락했다.
이에 선거 결과에 따라 여야 지도부에 대한 당내 심판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의 당권파가 친박(친박근혜)계와의 새로운 관계 정립 및 당·청 관계 조정에 따른 갈등이 대두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기든 지든 당내 백가쟁명 시대가 오고, 조기 전당대회 요청 등 지도부 교체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 승리땐… 朴정부 국정운영 전반에 탄력
7·30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선거 결과에 따른 여권 내 권력 지형과 김무성 당대표 체제의 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재·보선이 사실상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있어 압승할 경우 국정 운영 전반에 탄력을 받겠지만, 패배할 경우 반대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재·보선은 특히 초기부터 문제가 됐던 공천 잡음에 선거판을 압도하는 전략의 부재로, 만에 하나 패배로 귀결될 경우 이제 취임한 지 보름가량밖에 되지 않은 김 대표의 조기 연착륙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다.전체 15곳 중 9곳 이상에서 승리할 경우 우선 김 대표 체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지난 14일 대표 취임 후 바로 재·보선 현장으로 달려갔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29일 "'혁신'을 내건 김 대표가 당선되면서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에게 새누리당이 바뀌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며 "선거 승리 시 김 대표에게 상당 부분 공이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장 8월부터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고강도 당 개혁과 '김무성 색(色)' 심기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대형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국정 과제 이행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청 관계는 일단 현재 기류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남 2석을 포함해 6석 미만을 얻는 데 그치며 '참패'할 경우 당장 당·청 관계의 급랭이 불가피하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유예된 '정권 심판'이 두 달여 만에 폭탄이 돼서 떨어진 셈이어서, 당·청 관계의 주도권이 당쪽으로 옮아갈 여지가 많다. 친박(친박근혜)계의 당내 입지도 축소될 전망이다. 세월호 참사와 인사 참사 등 박근혜정부의 실정과 잘못된 공천 등이 선거 패배 원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김 대표도 단기적으로는 타격이 불가피해 조기 정착 여부도 미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장기적으로 김 대표가 당 혁신의 명분을 쥐고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새누리당이 7∼8곳을 얻으며 무승부로 평가할 경우에는 당내 각 정파들이 '각자도생'할 것으로 보인다. 국
정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인 '과반 확보'에 의미를 부여한 가운데 김 대표 측은 혁신을 키워드로 한 김 대표의 당선이 어려운 선거를 무승부로 끌고 왔다고 평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친박계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을 재확인한 선거로, 비주류 진영은 당의 시급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경고'로 해석하며 당내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새정치聯 패배시 더욱 불안해질 '金·安연대'
7·30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체제의 유지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패배하게 되면 지도부 책임론이 불가피하고 이후 비상대책위원회나 조기 전당대회론으로 '물갈이'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승리하더라도 20대 총선 공천권이 걸린 내년 3월 전당대회 당권을 두고 각 당권·대권주자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패배의 결과를 받아들일 경우 김·안 대표 등 지도부 교체 요구가 비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옛 당권파인 친노(친노무현)계, 486 그룹은 그동안 전략공천으로 인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을 주장해왔지만, 선거임을 감안해 본격적인 문제 제기는 하지 않았다.선거때마다 공천과정에서는 잡음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자칫 선거 흐름을 완전히 망쳐놓을 정도로 내홍이 심했다.
기동민 전 서울 동작을 후보의 전략공천 때는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패륜공천'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에 전략공천한 것 때문에 수도권 여론마저 악화될 정도였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뒤늦게 발견되고, 야권 단일화가 성사돼 흐름이 바뀌지 않았더라면 야권 '수도권 전패'가 예상될 정도로 흐름이 좋지 않았다.
김·안 대표 측은 "전략공천이라고 해도 대표의 측근을 심으려고 한 적이 없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서 결정된 것"이라며 해명하고 있지만 공천 책임은 최종적으로 지도부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승리했을 경우에도 대권·당권주자들의 경쟁이 본격화되며 지도부 리더십이 약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손학규 수원병(팔달)·김두관 김포 후보가 국회에 재입성할 경우 이런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문재인·손학규·정세균 등 당내 대권주자와 박지원·박영선·신계륜 등 당권주자들의 이합집산이 활발하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재보선 이후 지역위원장 선출에서 각 계파별·주자별 다툼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재·보선의 승패 기준을 놓고도 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재·보선 전체 15석 중 새누리당의 기존 의석이 9석이고, 투표율이 30%대로 낮다는 점 때문에 안 대표는 "5석으로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라고 목표점을 낮게 잡았다. 그러나 비당권파의 경우는 7∼8석은 얻어야 무승부라고 할 정도로 지도부의 시각과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