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유병언 노숙인 위장 흔적 다수 발견"
유대균-박수경 구속수감
[류재복 대기자]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시신 발견 당시 그를 노숙인으로 위장한 흔적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면서 경찰이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유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명수배됐던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 '김 엄마' 김명숙(59)씨와 유 회장 운전사 양회정(55)씨의 부인 유희자(52)씨는 28일 검찰에 자수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유 회장 장남 대균(44)씨와 '호위무사' 박수경(34·여)씨, 도피 조력자 하모(35·여)씨를 구속했다.전남 순천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 회장의 사인으로 자살을 배제한 채 자연사와 타살 쪽에 무게를 둔 부검 결과를 내놓은 직후부터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유 회장 시신 머리맡에 노숙인들이 흔히 하는 방식으로 천 가방의 손잡이가 양말로 묶여 있고, 가방에는 빈 소주 병과 막걸리 병이 들어 있는 점을 주목하고 이를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순천서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유 회장의 시신 발견 당시 상황을 보면 누군가 의도를 갖고 유 회장을 노숙인으로 위장 내지 조작한 흔적이 다수 보인다"며 "이 때문에 노숙인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큰 대상자를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이날 자수한 김씨와 유씨를 14시간 가량 조사한 뒤 오후 11시5분쯤 돌려보냈다. 검찰에서 김씨 등은 "유 회장 사망 소식을 텔레비전을 보고 알았다"며 "자수하면 선처한다는 보도를 보고 자수를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5월 27∼28일쯤 경기 안성의 금수원을 빠져나갔으며 이후 양씨와 연락이 두절됐다고 주장했다.앞서 김씨는 오전 6시쯤 인천지검 당직실로 직접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혔다. 서울 태릉 인근에 머물렀던 김씨는 오전 8시30분쯤 유씨와 함께 택시를 타고 인천지검으로 가 자수했다.
이들은 모두 범인 은닉·도피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이날 구속된 대균씨는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 자금 총 99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배임·횡령), 박씨와 하씨는 대균씨 도피를 도운 혐의를 각각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