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자 지정됐지만 현충원 안장 불허
보훈처 "여행제한구역, 가이드책임"
[류재복 대기자]
올해 2월 이집트 폭탄테러범을 온몸으로 막아 한국 관광객들을 구하고 자신은 숨진 관광가이드 고(故) 제진수(57)씨가 의사자로 지정되고도 현충원에 안장 거부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제씨 유족과 국가보훈처 등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16일 현충원 안장대상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에서 탈락했다. 제씨는 올해 2월 16일 현지 여행사 대표로 이집트 성지순례 여행객을 인솔하던 중 타바시에서 관광객을 태운 버스에 돌진한 폭탄 테러범을 몸으로 밀쳐 희생자를 줄였지만 정작 자신은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살신성인의 공을 인정받아 4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자로 인정받았다. 의사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사람이다. 유족은 제씨의 뜻을 기리고자 국립현충원 안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보훈처는 제씨가 여행사 대표로서 여행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위치였지만 여행제한구역에 여행객을 이끌고 갔다는 점을 고려해 안장 대상에서 제외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의사자로 선정됐다고 해서 현충원 안장 자격을 얻는 건 아니다"라며 "행위의 동기와 사고 당시 상황, 국립묘지법 입법 취지, 안장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심의한 결과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유족 측은 보훈처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했다. 둘째 딸 래미(26)씨는 "의사자 지정으로도 감사한 일이지만, 막상 현충원 안장이 불허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서운하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성지 순례 중 폭탄테러를 당했지만, 제씨의 희생 덕에 목숨을 구한 충북 진천 중앙장로교회 신도들도 이 소식을 접하고 정부 결정에 불만을 토로했다.
이 교회 최규섭 부목사는 "온몸을 던져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한 훌륭한 분인데 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한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