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들 '폭언 교장'에 집단 반발
[류재복 대기자]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직원들이 "교장선생님을 바꿔달라"며 이례적으로 집단 반발해 파장이 일고 있다. 교장의 일상화된 폭언과 인격침해, 제왕식 학교운영을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반발이 커지자 교육청은 교장을 직위해제했지만, 해당 교장은 "교직원들의 무사안일주의를 깨기 위한 행위였다"며 반박하고 나서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20일 광주시 교육청과 광주 S초등학교에 따르면 S초교 교직원 20여 명은 최근 이 학교 J교장의 부당한 학교 운영과 부적절한 처신과 관련한 의견서를 시교육청에 제출했다.교직원들이 쓴 글은 1인당 적게는 A4용지 반 장, 많게는 4∼5장으로 모두 합쳐 40여 장에 이른다. 일부 교직원은 일지쓰듯 교장의 부적절한 언행을 기록했다.
공식 회의나 연수, 개인적 자리에서 고성을 동반한 반복적인 언어 폭력이 이뤄졌고, '쓰레기 같은 교사', 일당만 받는 교사', '학생을 돈벌이로만 보는 교사'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고, '삼류대 출신', '장사꾼 기질', '능력없어 시집 못간 노처녀'라는 표현도 공공연히 사용해 당사자들에게 심적 고통을 안겼다고 교직원들은 진술했다.
심지어 지난 5월 전 직원 모임에서는 도서장서 관리소홀 문제로 전 사서교사를 문책하면서 "일을 쓰레기처럼 하니까 쓰레기병인 암에 걸린 것"이라고 말하는가하면 지난달 한 교사의 결혼식장에서는 "우리 학교에는 협객은 한 사람도 없고, 모두 양아치만 있다"는 발언을 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장애학생 학부모와 운동부 학생들에게도 상처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낳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 과정에서 평소 심장이 약했던 교감의 경우 119에 실려간 뒤 3∼4일 간 병원에 입원했고, 행정실 직원 상당수도 학교를 떠났다고 교직원들은 밝혔다.
한 교사는 "도를 넘는 언어 폭력과 독단적인 회의, 일방적인 호통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너무 크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 날도 많다"며 "병원치료를 받은 교직원이 한 둘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또 다른 교사는 "학교관리자는 교사들이 교수학습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라고 생각해왔는데 독재가 따로 없다"며 "J교장 밑에서는 더 이상 근무할 자신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을 심각하게 판단한 시 교육청은 교직원들의 진술서를 토대로 지난 15일 J교장을 상대로 사실 확인작업을 벌인 뒤 지난 18일 J교장을 직위해제했다. 교장으로서의 직무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이유 등에서다.이에 대해 J교장은 "교장 부임 후 학교 재물과 도서관리 등 엉망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어서 뿌리깊은 무사안일주의를 깨고, 일하는 문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으로 학교를 운영했을 뿐"이라며 "'너도 놀고 나도 놀자'식 학교문화를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횡령을 한 것도, 성적(性的)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교직원들의 말만 믿고 직위해제시킨 것은 지나친 처분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J교장은 특히 "감사가 짜맞추기식으로 이뤄졌다"며 청와대, 감사원, 교육부 등에 시교육청 감사팀과 S초교를 감사해 줄 것을 요구해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