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딸' 권은희 수도권 판세 흔들까?
중도파 김한길·안철수의 위험한 도박
[류재복 대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7·30 광주 광산을 보궐선거 후보로 전략공천한 일이 수도권 선거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정치적으로 중도파인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가 진보의 영역에 발을 담근 권 전 과장을 끌어들인 것으로, 야권 지지층 결집엔 효과적이지만 중도·무당파 공략에는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동작을 역시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전략공천 파동으로 중도·무당파 공략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권은희 카드' 왜 나왔나
김·안 대표는 6·4지방선거가 끝난 뒤 '권은희 카드'를 고심하기 시작했다. 두 대표는 처음부터 상징적 인물을 광주에 공천하기를 원했고, 주변의견을 들어본 결과 권 전 과장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두 대표는 호남 출신 A의원을 메신저로 삼아 권 전 과장을 끈질기게 설득했다.두 대표가 '권은희 카드'를 빼든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지방선거에 이어 또다시 공천파동을 겪을 소지가 다분한 광주의 민심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외압 폭로로 유명세를 탄 권 전 과장은 '광주의 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지역에서의 기대치가 높다. 이어 두 대표는 이번 공천이 수도권을 포함한 전체 선거구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10일 "이번 재보선은 중원(중도·무당파) 싸움이 아니다"며 "여야가 얼마나 각자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느냐가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휴가철 재보선의 특성상 투표율이 낮을 것이기에 지지층 결집을 위한 묘책으로 '권은희 카드'를 빼들었다는 해석이다. 당 전략 파트에서도 이러한 취지의 의견을 냈다.
◇중도층 결집 빨간불…독배인가, 필승카드인가
문제는 권 전 과장 등장으로 수도권에서 중도층 공략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국정원 댓글 논란이 보궐선거의 중요한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며 "야권이 중도층을 흡수하는 작업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도층은 2012년 대선의 국정원 댓글 논란이 다시 부각되는 것에 피로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여야가 접전을 벌이게 될 서울·경기 선거에서는 중요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수원병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상임고문은 기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묻자 "찬반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의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 70%는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의 부적절한 댓글 작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권은희 카드는) 수도권 선거에서 이득도 손해도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러나 새누리당은 "보은 공천" "정치적 사후뇌물죄"라며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안 대표는 "권 전 과장이 살아온 이력이 진정성 그 자체"라고 맞섰다.
권 전 과장 역시 광주 시의회에서 연 출마기자회견에서 '정직과 정의'를 강조했다. 그는 "정직하고 부지런한 많은 분들이 억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어렵고 힘든 길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여권 보수층 결집 등 역풍 위험성이 있지만 새정치연합은 '권은희 카드'를 통해 용기·양심·정의와 같은 이미지를 적극 부각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동작을에서는 전략공천에 강력히 반발했던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무소속 출마를 접었다. 하지만 공천파동에 실망한 중도 혹은 야권 지지층이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에게 표를 주거나 투표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충남 서산·태안에서는 여론조사 재경선 끝에 조한기 지역위원장을 공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