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도입부터 사고대응까지 비리 투성
감사원 감사 결과서 확인
[류재복 대기자]
세월호 참사에는 선박 도입에서부터 운항, 사고 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총체적 업무 태만과 비리 등이 집약돼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확인됐다. 특히 해경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향응을 받고 운항심사와 관련한 인ㆍ허가를 내 준 것으로 드러났다.
신청서 검증도 없이 향응받고 인허가 내줘
감사원이 8일 발표한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인천해경 직원 3명은 세월호 '운항관리승인규정' 심사위원회 개최 4일 전인 지난해 2월 청해진해운 소속의 '오하마나호'를 이용해 제주 출장을 떠난 뒤 2박3일 동안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향응을 제공받았다. 이들은 출장에서 돌아온 뒤 청해진해운이 심사에 필요한 구비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신청서를 접수받고 형식적 심사를 거쳐 규정을 통과시켰다. 감사원은 감사과정에서 비리가 적발된 해경 직원 3명을 포함해 관련 공무원 11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원은 인천항만청이 청해진해운의 변조된 선박도입계약서를 검증도 하지 않은 채 인가해 인천-제주 항로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한 사실도 적발했다. 해운법 시행령(8조)에 따르면 해당 항로의 평균 운송수입률이 25%이상 유지될 때 새로운 증선을 허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인천항만청은 여객정원과 재화중량을 속이는 방법으로 운송수입률을 26.9%로 조작한 청해진해운의 신청서를 확인도 없이 인가해 줬다.
감사원은 또 한국선급이 선박중량을 속이고 최대 컨테이너 적재량을 변경한 청해진해운의 '눈속임 신청서'를 그대로 승인한 사실도 적발했다. 이로써 세월호는 복원성 기준에서 풍압 경사각과 선회 경사각이 기준을 초과했는데도 운항을 계속할 수 있었다.
감사원은 또 해경이 관할을 떠넘기며 출동을 지연시키는 등 초기대응이 극히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는 업무태만 등으로 구조 '골든타임'을 날렸고 재난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도 사고상황을 지연ㆍ왜곡 전파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참사 7시간 동안 대통령 대면보고 없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사고 당일)대통령이 중앙재해대책본부 방문하기까지 7시간여 동안 대통령 대면보고가 없었다"며 청와대의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온 국민이 발을 동동 구르던 4월16일 아침 세월호 참사 골든타임 동안 청와대는 멈춰 있었고 대한민국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비서실의 업무보고 내용을 토대로 "4월16일 대통령 첫 보고는 오전 10시 서면보고였고, 오전 10시10분 유선보고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주재 회의도 없었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의 골든타임 대응실패는 결국 한 명도 구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정부 책임론과 관련해 "그러나 총리는 유임되고 비서실장은 여전히 죄송하다고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