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키우는 여당 초·재선의원 많아
[류재복 대기자]
6·4지방선거 이후 여당 안팎에서 '남경필·원희룡 효과'라는 말이 회자됐다. 당
지도부나 계파 보스의 말을 무조건 잘 따르는 '비서형 정치인'보다는 개혁성향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력을 키운 남경필 경기도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당선자의 사례에서 비롯된 것이다.
두 당선자는
'여당 내 원조 쇄신파'라는 높은 인지도 덕분에 '중진 차출론'으로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지방선거에 차출돼 승리를 거뒀다. 당선 이후에도 남
당선자는 야당 측에 부지사직과 연정을 제안했고 원 당선자는 낙선자에게 인수위원장직을 제안, 수락을 받아내 눈길을
끌었다.
남·원 당선자가 지방정부로 빠진 뒤 이들의 빈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7·14전당대회에 도전장을 낸 재선의 김영우 의원이 꼽힌다. 그는 지난 8일 출마
선언을 하면서 유력 당권주자인 서청원·김무성 의원을 향해 "두 의원님은 전당대회에 불출마하셔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가 또다시 계파정치,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정치, 줄세우기 정치의 구태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와 관련해서도 16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그의 철학과 가치관을 별도로 판단할 수 있는 검증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전대 출마 초선인 김상민 의원도 '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의원은 16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문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 이어 국회 본회의) 표결까지 가게
되면 새누리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결에서 문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에 반대할 것이라는 소신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또
"임명동의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이 '진짜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루 전인 15일에는 여의도당사 기자회견을
통해 당 지도부와 박근혜정부에 부담을 덜기 위해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역시 문 후보자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낸 이종훈 의원도 '신진 쇄신파' 그룹의 일원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남 당선자의 도지사직 인수를 위한 경기도 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6·4지방선거에선 남 당선자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짜인 당 지도부 체제 하에서 쇄신파 초·재선 의원들의 목소리가 당내에 긍정적인
긴장관계를 만드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수도권 의원은 "당내 목소리가 친박 일색으로 가다 보면 제대로 된 당·정·청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고 했다. 반면 지도부 한 의원은 "초·재선들의 목소리가 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당을 분란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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