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발생 60일, 12명 실종자 못찾아
국정조사, 당리당략에 밀려 헛바퀴…참사방지법안도 '낮잠'
[류재복 대기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6일로 꼭 두 달이 됐지만 정치권이 약속한 진상규명이나 참사를 막기 위한 관련 입법 등 후속작업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참사 직후 여야는 앞다퉈 "참사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제로는 여야간 이해득실을 따지고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 선거 등 정치일정에만 몰두하며 시간을 허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19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한 법안들이 모두 상임위에 멈춰서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협조를 요청한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무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을 비롯해 '유병언법(범죄은닉재산환수강화법안)', '안대희법(전관예우 금지 및 공직자 취업제한 강화법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10여건의 관련 대책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오는 18일부터 '세월호 국회'라고 할 수 있는 6월 국회가 열릴 예정이지만 , 여야의 정쟁 속에 당분간 성과를 내기 어려우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만 보더라도 여야는 지난달 27일 금방이라도 합의할 것처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재심의했으나, 이해충돌 방지 제도 등에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처리를 미뤘다.
후속 대책에 포함된 나머지 법안들은 상임위 구성이 늦어져 심의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진상규명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한 국정조사 특위도 여야의 대립 속에 헛바퀴만 돌고 있다. 특위는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예비조사팀을 구성하기로 했지만, 핵심 사안인 기관보고 일정을 두고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당은 늦어도 23일부터 기관보고를 받자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사전조사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데다, 월드컵 기간에 겹쳐 얼렁뚱땅 넘어갈 우려가 있다"며 다음 달 14∼26일에 보고를 진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이 7·30 재보선에 미칠 영향을 따져 서로에게 유리한 셈법 아래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세월호참사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들까지 나서 중재에 나섰지만 여야의 입장은 평행선이다.
더욱이 여야는 입법 작업과 국정조사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차질이 빚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관련법을 조속히 처리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발목잡기식 원구성 협상으로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며 "국조도 빨리 열어야 한다. 선거 국면과 국조 일정을 연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김영란법이나 유병언법 등의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다. 원구성만 이뤄지면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면서도 "국조 기관보고의 경우 새누리당 주장처럼 서둘러 진행할 경우 부실 보고가 될 수 있다. 6월30일부터 시작하는 방안 등으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치권이 공전만 거듭하면서 일부에서는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의 경고를 여야가 제대로 수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지방선거, 재보선, 총리 지명 등 굵직한 정치 이슈가 이어지면서 마치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이는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잠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치권 사후대책이 계속 지지부진하다면 비판 여론이 언제든 다시 터져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평론가 유용화 씨도 "국조에서 여당은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야당은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드러내는 데 몰두하며 정쟁으로 흐르고 있다"며 "가시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키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