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0.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도 굉장히 큰 것"
(뉴델리=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그간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해온 정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두 차례의 금리 인하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는 만큼 현 시점은 한은이 아닌 정부가 뭔가를 보여줄 때라는 것이다.
김 총재는 3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인도 뉴델리를 찾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의 금리 결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올해 1~3월 '정책조합'에 대해 강하게 언급한 것은 새 정부에 '이제 네가 나설 차례(now it's your turn)'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작년 7월과 10월 0.25% 포인트씩 금리를 내려 완화 기조를 만들어놨다"며 "이렇게 되면 정부의 재정승수(재정지출의 효과)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는 새 정부를 위해 한은이 지난해 이미 경기부양의 밑밥을 깔아뒀다는 의미다. 이른바 정부와 한은의 '정책조합'을 위해서는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이 아니라 정부가 행동을 취할 차례라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래 경기악화를 들어 한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여당과 청와대, 시장도 이에 가세했다. 그러나 김 총재는 연거푸 금리를 동결했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졌다.
그러나 김 총재는 "지난해 내린 0.5% 포인트도 굉장히 큰 것"이라며 "한국이 기축통화를 쓰는 미국, 일본도 아닌데 어디까지 가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기업·채무자가 싼 이자를 원하니 한은에 '경쟁적인 금리인하(race to the bottom)'를 하라는 것인데, 그런데 가서(금리를 내려서) 다시 돌아온 나라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지난달 금리동결이 물가상승을 우려해서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금리를 동결하며 물가를 가장 처음에 언급한 것은 한은이 무엇을 하든 물가를 가장 먼저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정책조합이란 것은 타이밍이 다를 수 있다"며 "한발씩 가야 하는데 여러분은 두 발로 한꺼번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엔저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ASEAN+3(동남아시아국가연합+한중일)가 엔저에 소극적인 입장을 내놨다는 지적에 그는 "애초 달러 당 110엔, 120엔을 예상한 것이지 100엔에서 끝난다고 본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엔저로 자동차, 철강산업 등은 경쟁이 심화하겠지만, 석유화학 등은 일본 경기가 개선되면 함께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법원에 외환은행[004940] 주식 매각가를 올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할지를 놓고 "법적으로 취할 조치는 기간 내에 다 하겠다"고 밝혔다. 뜻이 불분명한 '총액한도대출'이란 명칭도 목적에 맞는 새 이름을 붙이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05 12: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