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계좌엔 '제로금리', 1억원 넘으면 1.6~1.8%로 차등화
"은행들 수시입출 예금으로 막대한 운용수익…금리 올려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1억5천만개 넘게 개설된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수시입출식 예금)'의 금리가 0%대로 주저앉았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관행적으로 수시입출식 예금에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게 아닌지 실태 점검에 나선다.
5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은행들의 수시입출식 예금금리는 한 달 전보다 0.04%포인트 내린 0.99%로 집계됐다.
금리가 1% 밑으로 내려간 건 2년2개월 만이다. 수시입출식 계좌에 100만원을 1년간 두면 9천900원만 이자로 붙는 셈이다. 9천900원의 15.4%는 또 세금으로 뗀다.
한은 관계자는 "수시입출식 예금 일부는 은행이 단기자금 시장에서 운용하는데, 저금리 기조로 자금 운용 수익률이 낮아지자 금리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수시입출식 예금 계좌는 1억5천만개를 넘는다. 은행들은 이들 계좌의 잔액 규모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한다. 잔액이 적을수록 '제로금리'로 수렴한다.
개인 MMDA(시장금리부 수시입출예금)의 경우 잔액이 500만원 미만이면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농협은행은 0%, 기업은행은 0.1%의 이자를 준다.
잔액이 5천만~1억원이면 국민·농협·기업은행 1.20%, 외환은행 1.15%, 신한은행 1.05%, 우리은행 1.00%, 하나은행 0.95% 등 상대적으로 고금리가 붙는다.
하나(1.75%), 기업(1.60%), 국민(1.50%), 신한(1.40%), 외환(1.30%) 등 일부 은행은 잔액이 1억원을 넘는 자산가의 수시입출식 계좌에 금리를 더 후하게 쳐준다.
은행 수시입출식 계좌 잔액은 264조원으로 계좌당 약 162만원씩 예치돼 있다. 평균 잔액이 적은 것은 휴면계좌(오랜기간 쓰이지 않은 계좌) 때문이다.
이 가운데 기업의 수시입출식 계좌 잔액은 120조원이다. 기업은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씩 예치해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하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금감원은 수시입출식 예금금리의 하락으로 이자 지급에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이 늘자 이와 관련한 실태 조사를 거쳐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로 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안덕수(새누리당) 의원은 "은행은 수시입출식 자금을 굴려 1%대 수익을 챙긴다"며 "그럼에도 고객의 예금금리는 0%대로 준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은행별 예금거래 기본약관을 점검해 보통예금, 자유저축예금, MMDA 등 수시입출식 예금 상품의 이자 지급 방법과 조건 등을 개선할 방침이다.
수시입출식 예금의 금리 수준을 높이거나, 일정기간 평균잔액이 고르게 유지되는 계좌에는 금리를 더 얹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다수 고객이 수시입출식 계좌 금리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점을 노려 이자를 거의 안 주다시피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05 07: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