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정부가 3일 개성공단 전원 철수를 위해 북한과 합의한 내용을 보면 일단 우리 측 체류 인원의 조속한 귀환을 위해 상대방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3월분 임금과 소득세·통신료 등 총 1천300만 달러를 달라고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이 액수를 받아들여 7명의 귀환과 동시에 즉시 현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우리 측이 미지급금 지불 조건으로 내건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은 '추후 논의'로 합의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의 출입을 완벽히 차단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물품 반출이 언제 이뤄질지 분명한 기약은 없는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완제품과 원·부자재 반출을 요청했는데 북측이 우리가 바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북측이 명시적으로 반출이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앞으로 협상에서 원활한 대화 채널 가동을 위해 판문점과 개성공단의 군 통신선 복구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이에도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로서는 일단 북한이 먼저 연락해오기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정부는 북한이 요구한 금액을 사실상 그대로 지급한 이유로 7명의 조속한 귀환에 집중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 측 개별 기업으로부터 세부 내역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지만 무한정 시간을 지연할 수 없었다"며 "중요한 것은 7명의 귀환이기 때문에 우선 북한이 주장하는 금액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가 내건 조건의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북한의 요구를 그대로 들어줬다는 점은 향후 논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미지급금을 일단 정부의 남북경협기금에서 지불한 다음 입주기업들의 임금 지급 내역을 분석해 이들로부터 다시 받을 계획이다.
그런데 가뜩이나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입주기업들이 존폐의 기로에 선 마당에 생산품과 원료도 받지 못한채 북한 노동자의 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한다면 업체 측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으로는 북한이 4월 1일부터 8일까지의 노동자 임금 120만 달러를 요구한 것을 '추후 협의'로 남겨 놓은 것과 통신선 복구를 제의한 것 등은 북측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5/03 22: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