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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헬기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전경. 테헤란로를 따라 빌딩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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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710개 기업 영업이익 2.7%↓…"세수에 부정적 요인"
(세종=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법인세수 목표 달성에 다시 비상등이 켜질 전망이다.
29일 한국은행의 2013년 기업경영분석(속보)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1천710개 기업(상장 1천541개·비상장 169개)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7%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2013년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대비 0.73%에 불과한데 영업이익률은 2012년 4.75%에서 2013년 4.59%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업의 매출이 2012년 100원에서 2013년 100.73원으로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75원에서 4.62원(100.73원×4.59%)으로 줄어든 것과 같은 결과다.
영업외수익과 비용 등을 함께 고려한 매출액세전순수익률(매출액 대비 법인세차감전순수익)은 2012년 4.46%에서 2013년 3.21%로 떨어져 낙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는 주로 전년도 기업경영실적을 토대로 과세가 이뤄지므로 영업이익 감소는 이듬해 법인세 세수실적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정세제위원장)는 "기업의 영업이익 절대액이 전년보다 낮아졌다면 통상 이듬해 법인세수는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올해 법인세수 목표치는 작년과 비교해 큰 변동이 없다.
정부는 2014년 예산에서 법인세수 예상액을 46조181억원으로 추산해 지난해보다 560억원 높여 잡았다.
정부는 2013년 예산(추경 기준)에서 법인세수를 45조9천621억원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거둬들인 법인세액은 이보다 2조1천억원 모자랐다.
2013년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했는데 세수는 전년보다 높여 잡았다는 점에서 올해 세수목표 달성을 낙관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기록적인 세수부족으로 곤혹을 치르자 2014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세수 추정치를 보수적으로 계산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조사대상 기업들의 영업이익 변화만으로는 전체 법인세수 변화를 추정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기업의 회계기준과 세무회계 기준이 다르므로 영업이익 변화와 법인세 변화가 일대일로 대응하지는 않는다"며 "법인세수 변화를 파악하려면 법인 금융소득에 대한 원천징수분, 지하경제 양성화 노력 등 다양한 요인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기업경영실적은 대표성 있는 기업 1천71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속보치로 대략적인 흐름만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확한 경영실적 파악은 10월에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가 나와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실적 악화는 세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세수부족 여부를 판단하기까지는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12년보다 올랐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볼 때는 법인세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기업영업실적의 악화는 법인세수 증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29 06:0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