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거래액 상위 10위 로펌 중 외국계가 6곳
국내 로펌들 '박리다매'로 고전…김앤장 1위 유지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작년 법률서비스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1분기 국내 M&A 법률자문 시장에서 외국계 로펌들이 전례없이 약진해 주목된다.
반면 국내 로펌 대부분은 거래액 순위가 거래건수 순위에 크게 못 미치는 등 고질적인 '박리다매' 경향을 답습했다.
3년 뒤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중소 로펌들이 사실상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대규모 M&A는 외국계 로펌이 독차지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미국 미디어그룹 블룸버그는 최근 `대한민국 M&A 시장 리뷰'에서 외국계 로펌들이 지난 1∼3월 국내 법률자문 시장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거래액 기준 상위 10위권 로펌 중 외국계가 6곳에 달했다. 이 중 심슨 대처 앤드 바틀릿이 2위, 프레시필즈 브루크하우스 데린저와 설리반 앤드 크롬웰이 공동 3위를 차지했다.
특히 공동 3위를 기록한 로펌들은 1분기 국내 최대 거래였던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인베브)의 OB맥주 인수 과정에서 법률자문을 맡았다. 두 로펌 모두 AB인베브 측 자문, 단 한 건으로 3위에 올랐다.
다수의 외국계 로펌이 나란히 최상위권에 포진한 것은 처음이다.
작년 같은 기간 2∼4위는 법무법인 세종·광장·태평양 몫이었다. 하지만 올해 태평양은 5위, 광장은 6위, 세종은 10위로 각각 순위가 밀렸다. 시장 점유율도 큰 폭으로 추락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작년 1분기에 이어 1위를 유지했다. 거래액 88억달러로 2위의 77억달러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다만 시장 점유율은 36.2%에서 31.9%로 소폭 하락했다.
◇ 국내 로펌 입지 갈수록 축소
거래액이 아닌 거래건수를 기준으로 하면 국내 로펌들의 순위가 껑충 뛴다. 값싼 자문을 여러 건 맡았다는 뜻이다.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거래건수 1∼7위는 모두 국내 대형 로펌이었다. 1위를 차지한 법무법인 광장은 거래액이 37억달러에 그쳤지만 거래건수가 32건으로 다른 로펌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김앤장이 27건으로 2위, 태평양이 14건으로 3위를 기록했다. 세종, 지평, 율촌, 화우 등이 뒤를 이었다. 거래액 2위 심슨 대처 앤드 바틀릿의 거래건수가 2건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된다.
외국계 로펌의 약진과 함께 실속 없는 '박리다매'는 국내 로펌의 고질병으로 굳어지고 있다. 한 로펌의 경우 거래당 금액이 작년 1분기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2016년 7월과 이듬해 3월 한·EU FTA와 한·미 FTA에 따른 법률시장 3차 개방이 차례로 이뤄지면 이런 경향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외국계 로펌에 대한 제약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법률서비스 분야 적자가 2007년 이후 매년 늘어 작년 7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변화의 한 단면이다. 외국계 로펌이 국내에서 벌어간 수익이 14억7천만달러에 달했다.
대형 로펌 한 관계자는 "외국계 로펌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 변호사를 고용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중소 로펌이 고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7 10:2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