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회장, 일반직원보다 퇴직금 누진율 최대 5배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홍정규 홍국기 기자 = 금융당국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과도한 퇴직금 지급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박종원 전 코리안리[003690] 사장이 퇴직금으로 직원 연봉의 245배를 챙기는 등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퇴직금 누진율이 일반 직원에 비해 최대 5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특별 퇴직금으로 35억원을 받은 뒤 기부 약속마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KB금융[105560] 등 일부 대형 금융사는 임원급 퇴직금 지급 산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퇴직금 산정방식을 투명하게 정하도록 강력히 지도한데 이어 올해는 현장 검사 시 합리적인 퇴직금 운영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과도한 금융사 임원 연봉 삭감과 더불어 합리적인 퇴직금 지급을 강력히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금융사 최고경영자 임금 공개로 연봉뿐 아니라 무분별한 퇴직금도 들여다볼 필요가 생겼다"면서 "특별 퇴직금을 제한하고 퇴직금 자체도 일반적인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지도했고 이를 제대로 하는지 현장 검사 과정에서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이런 강경한 태도는 박종원 전 코리안리 사장이 퇴직금으로 159억5천700만원을 받아간 사실이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이 퇴직금은 이 회사 직원 1인당 평균 급여(6천500만원)의 245.5배에 달한다.
코리안리는 박 전 사장이 15년간 사장으로 일했기 때문에 퇴직금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라고 해서 1년에 10억원씩 퇴직금을 쌓아주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다.
코리안리는 직원에게 매년 월 통상임금의 1.2배를 퇴직금으로 쌓는 데 비해 상무는 2배, 전무는 3배, 사장은 4배를 적립해준다. 대부분의 대형 금융사들의 퇴직금 적립도 비슷한 실정이다.
거액 퇴직금을 챙긴 최고경영자들은 박 전 사장만이 아니다.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002550] 회장은 42억2천만원, 신은철 전 한화생명[088350] 부회장은 15억6천300만원을 퇴직금으로 받았다.
LIG손보의 경우 직원에 대해 누진율 1을 적용하는 것과 달리 사장은 4, 부회장은 4.5, 회장은 5를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퇴직금 규정이 없는데도 특별 퇴직금으로 35억원을 받았다. 이 가운데 퇴직금 일부만 하나고등학교 등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은 지난해 중도 사퇴하면서 급여와 상여금으로 5억7천300만원을 챙겼다가 지난해 11월 국민은행 부정 사태가 불거지자 성과급 반납 의사를 내비쳤지만 그 이후 진행되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의 경우 퇴직금을 받지는 않았으나 수십억원대의 스톡그랜트(주식성과급)를 부여받았다. 금융당국이 문제점을 지적함에 따라 지급 결정이 무기한 연기됐을 뿐이며 포기를 결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이팔성 전 우리금융[053000] 회장이 각각 3억~4억원과 2억4천만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은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금융지주 회장 퇴직금 지급 규정도 천차만별이다.
하나금융은 김승유 전 회장의 특별 퇴직금 논란이 커지자 현재는 일반 직원과 마찬가지로 연봉의 12분의 1일을 적립하고 있다. 그러나 KB금융은 회장 퇴직금 지급과 관련해 별도 계산 방식조차 없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그룹 회장 연봉을 경영 실적에 따라 최대 70%까지 깎기로 했다.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은 올해 회장의 기본 연봉을 지난해보다 평균 30% 줄이기로 확정했다. 지난해 평균 20억5천만원에서 올해 14억4천만원으로 하향 조정된다.
이에 따라 올해 금융그룹의 순익이 50% 줄어들면 회장들의 총 연봉은 작년보다 40~70% 감소한다.
president21@yna.co.kr zhe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4/03 09: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