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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국가정보원 비밀요원과 협조자를 31일 구속 기소했다. 사진은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가 서울구치소로 이송되는 모습. (연합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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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위조업자에 4만위안 지급 승낙…조직적 개입 의혹 커져
'공모관계' 추가 사법처리 불가피…국정원 측 "검찰이 논리 비약"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김계연 김동호 기자 =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 국가정보원 비밀요원과 협조자를 31일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4일 "문서가 위조됐다"는 중국대사관 측 회신 내용이 공개되면서 증거 조작 의혹이 불거진 지 45일만에, 지난 7일 공식 수사체제로 전환한 지 24일만이다.
특히 중국대사관 측이 "위조됐다"고 지목한 3건의 문서 외에 중국 옌볜(延邊)주의 문서를 추가로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지시 의혹을 확인하는 검찰 수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에 따르면 국정원 대공수사팀 김모 기획담당 과장(일명 김 사장·48·구속)은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 2월 초 협조자 김모(61·구속)씨를 만나 간첩 혐의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출입경기록 위조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출입경기록은 지난해 10월 중국 내 또다른 협조자 김모씨로부터 건네받아 법정에 증거로 제출한 출입경기록과 다른 문서다.
김 과장은 유씨 변호인 측이 옌볜주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을 입수, 법원에 제출하자 "유씨의 간첩 혐의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이를 위조해 달라"고 김씨에게 부탁했다.
김씨는 옌볜주 공안국 명의의 관인을 위조해 가짜 출입경기록과 공증서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서는 그러나 같은 달 중순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증거로 제출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과장과 김씨가 해당 문서 외에도 중국 측이 지목한 문서 3건의 위조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을 확인, 형법상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모해증거위조 및 모해위조증거 사용 혐의를 적용해 각각 구속 기소했다.
김 과장에게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등의 혐의도 추가됐다.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 7∼9일 경기도 분당 등에서 김씨를 만나 유씨의 변호인이 법원에 제출한 중국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문서 입수를 요구했다.
김씨가 "가짜를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하자 김 과장은 "걱정말라"며 위조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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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거 철회된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에서 발급했다는 유씨의 출입경기록, 이 기록이 '허룽시에서 발급된 것이 맞다'는 허룽시 공안국의 사실조회서, 변호인이 증거로 제출한 삼합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서)의 정황설명서에 대한 반박 내용을 담은 삼합변방검사참의 답변서. (연합뉴스 DB)
이 과정에서 위조업자가 수수료 4만위안(약 740만원)을 요구하자 김씨는 김 과장에게 이를 보고한 뒤 승낙을 받았다.
같은달 15일 귀국한 김씨로부터 답변서를 건네받은 김 과장은 검찰을 거쳐 이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김 과장은 유씨 수사팀에서 활동하다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 부총영사로 파견 간 권모 과장(51)과 함께 답변서가 마치 싼허변방검사참에서 직접 발급받은 것처럼 허위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이 영사에게 지시했다.
이들 국정원 직원은 중국 측이 위조로 지목한 나머지 2건의 문서, 즉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에서 발급했다는 유씨의 출입경기록, 이 기록이 '허룽시에서 발급된 것이 맞다'는 허룽시 공안국의 사실조회서의 위조에도 개입했다.
앞서 김 과장과 권 과장은 내부회의를 거친 뒤 지난해 10월 또다른 협조자 김씨로부터 위조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건네받았다.
검찰이 해당 출입경기록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선양영사관에 공문을 보내자 김 과장과 권 과장은 가짜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조회서까지 입수했다.
이들은 11월 27일 두 차례에 걸쳐 국정원 내 사무실에서 발신번호를 조작, 마치 허룽시 공안국에서 직접 사실조회서를 보낸 것처럼 가장했고 이 영사는 송부받은 문서를 대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김 과장측 변호인은 "국정원 컴퓨터로는 외부 발송이 불가능하다"면서 "위조문서를 발송하려면 PC방 등에서 하지 왜 국정원에서 하겠나. 검찰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논리의 비약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과장과 김씨를 우선 사법처리한 검찰은 이른바 국정원 '윗선'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한 뒤 관련자들을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검찰은 수사 체제로 전환한 지 5일 만에 관련자 중 가장 먼저 김씨를 체포해 지난 15일 구속했다. 김 과장은 국정원 직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19일 구속 수감됐다.
자살을 기도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권 과장과 이 영사 등은 김 과장과 공모 관계에 있는 만큼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김 과장과 권 과장의 직속상관인 이모 대공수사처장 등 이른바 국정원 '윗선'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한 뒤 이르면 이번 주말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