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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 비춰진 하나은행 본점의 모습. (연합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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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명암' 하나·외환은행 통합 작업도 늦춰질듯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SK카드와 외환은행 카드사업부문(외환카드)의 통합이 예정보다 늦어진다.
올해 안에 성사될지 불투명해 이를 바탕으로 하나금융이 추진하는 하나·외환은행의 통합 작업도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0일 "외환은행 카드 분사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점검할 게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일러야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의 통합을 위해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 분할 인가와 신설 자회사 사업 허가를 당국에 신청한 상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제출한 계획을 바탕으로 예비 인·허가 심사를 진행 중인데, 예전 카드사 분사 사례와 달리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 은행계 카드사에서 전업계로 분사한 우리카드의 경우 이팔성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취임 직후 추진했으나, 실제 분사까지는 3년 넘게 걸렸다.
그는 "카드업계 환경 변화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산 분리, 고객정보 분리 등 인적·물적 요건에 대한 보완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드업계의 환경 변화'란 최근 불거진 국민·농협·롯데 등 카드 3사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의미한다.
국민은행에서 분사한 국민카드와 달리 외환카드는 은행과 고객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전산도 분리됐으나, 당국으로선 그럼에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외환카드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목표로 잡았던 4분기 통합은 어려워졌다"며 "당국의 인·허가 심사 중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자본금 6천400억원에 자산 2조8천118억원으로 외환카드를 이달 말까지 분할하고, 다음 달 중 하나SK카드와 통합하는 게 목표였다.
앞서 외환은행은 전체 직원을 상대로 외환카드로 옮겨갈 의향을 물었으며, 외환은행 측 설명에 따르면 "상당한 인원"이 카드사 전직을 희망한 상태다.
다만, 하나금융은 물론 당국에서도 두 카드사의 통합이 상승효과를 낸다는 데 이견이 없어 통합 자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외환카드 분사 및 하나SK카드와의 통합이 늦어짐에 따라 하나금융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도 어려워질 수 있다.
하나금융은 내부적으로 외환은행의 독립경영 보장 기한인 2017년 전에라도 두 은행을 합치는 게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마땅하다고 보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카드사는 물론 은행도 이대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두면 어려워진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나서 하나·외환은행의 경영 지표는 극명하게 대조됐다.
순이익은 하나은행이 2012년 5천741억원에서 지난해 6천552억원으로 14.1% 늘었고, 외환은행은 6천552억원에서 3천604억원으로 45.0% 줄었다.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C/I Ratio'는 지난해 외환은행이 56.96%로 하나은행의 53.75%를 넘어섰다.
기업 가치를 보여주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하나은행이 5.32%에서 5.94%로 오른 반면, 외환은행은 7.28%에서 4.02%로 급락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20 08:1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