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는' 카드 2년내 비밀번호 누르는 IC기반 형태로 전환 예정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홍국기 기자 = 화폐와 플라스틱 카드의 뒤를 잇는 신종 지급결제 수단이 세계적으로 나날이 늘면서 결제 수단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도입된 앱카드(앱형 모바일카드)나 재작년 11월부터 서비스가 개시된 현금IC카드가 빠른 속도로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앱카드는 작년 9월에 하루평균 결제액이 10억원에 그쳤으나 12월에는 95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에 따라 작년 1년간 하루 평균 결제액은 18억원에 달해, 종전 유심형 모바일카드의 하루 결제액(8억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앱카드가 급성장하면서 지급 수단의 변화가 나타나 지난해 처음으로 모바일카드 통계를 별도로 집계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카드는 기본적으로 신용·체크카드 정보를 기반으로 하지만, 플라스틱 카드와는 사용 방식이 다르다.
유심형은 스마트폰의 유심칩(USIM·범용가입자식별모듈)에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해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결제단말기에 대는 방식으로 대금을 치른다. 앱형은 스마트폰에 카드사의 모바일카드 앱을 다운받아 플라스틱카드를 등록하고서 물품 구매 등 필요한 때 앱을 구동해 바코드, NFC, QR코드 등으로 결제한다.
카드업계 집계(카드수 기준)로는 올해 1월말 현재 유심형은 314만장, 앱형은 477만장이 발급돼 있다.
금융결제원과 시중은행들이 재작년 11월 신용카드 대신 직불형 카드를 활성화하고자 도입한 현금IC카드 결제서비스도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가맹점에서는 IC칩 기반의 은행 현금카드로 그냥 결제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지난해 하루 평균 결제액은 8천300만원으로 사양길에 접어든 일반 직불카드(체크카드 제외)의 4천300만원을 이미 크게 웃돌았다.
가맹점도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올해 들어서도 편의점 씨유(CU), ABC 마트 등이 참여해 현재는 가맹점이 4만여곳으로 늘었다"며 "올해 하루 결제액은 이미 약 2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현금 IC카드는 일반 카드와 달리 불법 복제가 어렵고 고객이 직접 단말기에 카드를 꽂아 비밀번호를 누르는 방식이어서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도 신종 결제수단으로 쓸 수는 있지만 아직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결제수단의 진화가 계속되면서 거래 행태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신용카드의 시초는 1969년 신세계백화점에서 발행한 판매점 카드로 알려져 있다. 45년 만에 카드 결제액이 개인 소득의 절반에 달했듯이 결제 수단의 변화에 의해 상거래 행태가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가처분 소득에 대한 1인당 카드 사용액 비율(2012년 기준)을 추계한 결과, 전국 평균 47.4%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인천·경기(51.3%), 서울(48.8%), 제주(48.8%)가 높은 편이었다.
이들 지역의 지난해 1인당 신용카드 이용액을 보면 서울 850만원, 인천·경기 730만원, 제주 700만원 등 순이었다.
한 때 거론되던 '현금없는 사회'(Cashless Society)가 실현될지는 불확실하지만 최소한 결제수단의 진화는 계속된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당장 신용카드만 해도 현재는 마그네틱 카드를 판매점 종업원이 건네받아 긁는 형태가 대부분이지만 IC단말기 보급이 좀 더 늘면 카드를 단말기에 꽂고 소비자가 비밀번호를 누르는 방식으로 대거 변화가 이뤄진다.
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에서 내년부터는 IC단말기가 설치된 가맹점에서, 2016년부터는 전 가맹점에서 IC결제를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병환 금융결제원 금융결제연구소 선임연구역은 "한때 얘기되던 화폐 무용론은 잠잠해졌지만 보관성, 시ㆍ공간의 문제 등 화폐의 한계와 결제 편의성을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는 전 세계에서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4/03/17 06:0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