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국의 역할 중요하다”
'동북아와 한반도 평화로드맵' 특강에서 밝혀
[스포츠닷컴/류재복 대기자]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0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많은 협상 대상들이 있지만, 한미공동 훈련을 하느냐 마느냐는 협상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힐 전 차관보는 이날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과 천주평화연합(UPF)이 공동주최한 '동북아 평화를 위한 한반도 평화 로드맵'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하면서 "한미 공동 훈련은 협상 도구라기 보다는 전술"이라며 "향후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 대비해 연례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런 훈련을 1950년 봄에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며 "그때 이런 훈련을 했다면 북한 김일성도 아마 전쟁 도발로 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이런 훈련에 대해 매년 반대하는 목소리를 보인다면 정당치 않다. 한미 공동훈련이 합법적이라는 사실을 북한은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에게 많은 협상거리가 있지만 훈련을 하느냐 마느냐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힐 전 차관보의 발언은 북한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하고도 키리졸브 등 한미합동군사훈련과 이산가족 상봉이 병행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됐다. 힐 전 차관보는 아울러 북한 비핵화를 통한 동북아 평화를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북한 문제에 대해 논의하자고 하면 중국은 '북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가 아니다'면서 발을 빼는 경우가 있다"며 "그러나 중국은 분명히 역할을 할 수 있고, 그 역할은 매우 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에는 경제를 비롯해 여러 국내 문제가 산적해있지만, 국내 문제는 중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이 안고 있는 공통 문제"라며 "중국이 국내 문제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외부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어떤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한다는 주장 역시 잘못"이라고 지적하면서 "만약 북한이 협상을 하려면 이미 합의했던 내용들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6자회담에서 협약한 내용들을 실행해야만 비핵화 여부에 대한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강력한 정권유지 위해 비핵화의 길로 가야
북한문제 해결위해 한.일 양국 협력해야
그는 또 "북한은 더욱 강력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비핵화의 길로 가야한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등산에서 동료가 필요하듯, 북한은 경제활성화 등을 위해서 이웃국과 협력하며 어떻게 이 시대를 살아갈 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하면서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과 일본이 과거 역사에도 불구하고 협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에 대해 사과하며 폴란드와의 관계를 개선시킨 점을 거론하며 "한국과 일본 역시 아주 아픈 과거 역사를 가졌지만 동북아 변화를 위해서 한·일이 앞을 바라보는 전향적 관계를 모색해야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힐 전 차관보는 '이제까지 성과를 거두지 못한 햇볕정책을 유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이지만 한국의 정책과 과거·현재 정권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충고를 할 수는 없다"며 즉답하지 않았다. 힐 전 차관보는 “1995년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보며 굉장한 기쁨을 느꼈다”면서 "이산가족 상봉 정착 노력 등 한국이 북한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부분은 항상 존경 한다"고 말했다.
한편, 힐 전 차관보는 이날 오전 국회 행사에 앞서 잠실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4 국제지도자회의’ 기조연설에서 “세계가 협력해야만 한반도 평화를 위한 로드맵을 작성할 수 있다. 적은 선택할 수 있지만, 이웃은 선택할 수 없다. 중국과 일본은 좀 더 열린 가슴으로 멀리 보는 비전을 가지고 동북아 평화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가운데 한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한·일, 한·중, 일·중 관계 등이 잘 해결될 때 북한 문제도 좀 더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북한 핵무기는 동북아 평화와 안보를 위한 로드맵 구축에서 절대 용인할 수 없다. 북한이 지금 선택한 길은 우리가 용인하는 길이 아니다”며 “동북아 지역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것이 의미 없는 슬로건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짚었다.
. 중국은 북한이 핵 포기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국은 남북간 체결된 합의서 준수해야
잠실 롯데에서 행사를 마친 힐 전 차관보는 곧바로 국회로 이동, 도서관 대강당에서의 행사에 앞서 이병석 국회 부의장을 예방, 동아시아의 현안을 논의했다. 이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전쟁희생자 비석 앞에 무릎을 끓고 사죄했다"며 "독일의 솔직함과 희생자에 대한 겸손한 추모가 오늘날 독일이 유럽과 세계의 강자로 일어선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계속되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 "일본도 겸손한 자세로 과거사 인식을 올바르게 해나가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는 DMZ공원화 추진과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 확대를 통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이는 한·미간 확고한 동맹관계로 북핵 억지력을 굳건히 확보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의장은 또 "지금부터라도 태평양 국가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미국이 태평양 주요국임을 인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 일본의 현상변경에 대해 적절한 정도로 필요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고 덧붙였고 힐 전 차관보는 이에 대해 "한일 관계 개선을 희망하며 이는 동아시아 평화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창식 워싱턴타임즈 재단 이사장, 레리 머핏 위싱턴타임즈 재단 부이사장, 토마스 워시 천주평화연합 세계회장, 윤정로 천주평화연합 한국회장, 홍정표 세계정상회의 추진위원회 사무총장 등 국회방문단과 새누리당 김을동 의원을 비롯, 많은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류재복 大記者 yjb08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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