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뉴스) 유경수 박용주 이지헌 차지연 기자 =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경제활동 참가율도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청년 일자리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성장률 둔화에 따른 좋은 일자리 감소, 지나치게 높은 대학 진학률과 고학력 구직자의 업종 편애 현상, 여전히 높은 비정규직 일자리 비중 등 청년 고용시장의 변화와 구직자와 기업간 상호 기대 불일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본적으로 경기회복이 우선인 만큼 경기활성화를 꾀하면서 단기적인 대책보다 교육개혁, 일자리 의식 전환 등 근본적인 치유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대 경제활동참가 '최저'…20~24세 더 심각
19일 통계청의 고용동향 자료를 보면 일하는 20대의 비중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9세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0년전인 2004년 66.3%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해 작년 61.6%까지 하락했다. 2004년에는 707만명 가운데 469만명이 직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2013년에는 628만5천명중 387만4천명이 일을 하고 있다. 9년만에 82만명이 감소해 매년 10만명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계산됐다.
대조적으로 학업이나 가사, 심신장애 등으로 일을 할 수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거나 능력이 안되는 비경제활동 청년인구 비율은 33.68%에서 38.36%로 증가했다.
청년층 경제활동인구 축소는 특히 20대 초반에서 두드러진다. 20~24세의 경제활동인구는 같은 기간 58.3%에서 47.6%로 떨어졌다. 10년전만해도 20대 초반대중 일하는 청년이 10명중 6명이었으나 지금은 5명도 채 안된다.
반면에 25~29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0년새 73.3%에서 74.1%로, 고용률은 68.5%에서 74.1%로 높아졌다.
실업률 추이는 비슷했다. 20~29세 실업률은 7.9%로 10년전과 변함이 없었다.
연령대별로는 20~24세 실업률은 9.9%에서 9.2%로 낮아졌다.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에 25~29세는 6.5%에서 7.1%로 높아졌다.
이정민 서강대 교수는 "과거보다 전반적으로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고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시기가 늦춰지면서 경제활동에 참가하는 층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과 2013년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생의 졸업 소요기간은 3년 10개월에서 4년 1개월로 3개월 늘었고 휴학 경험자도 전체 대학생의 36.3%에서 42.9%로 높아졌다.
결국 청년층 고용문제는 경제성장률 둔화와 산업고도화로 일자리 증가가 미미한 탓도 있지만 대학진학률이 올라가면서 좋은 일자리에 대한 과잉수요도 원인인 셈이다.
박재근 대한상의 노동환경팀장은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80% 가까이로, 한해 대졸자가 50만명씩 나온다"며 "대학진학률이 지나치게 높아 시장수요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고용시장 미스매치 심각…패러다임 변화
청년 고용시장에서는 직장을 구하는 수요층과 일자리 질의 격차가 크다.
이는 첫 일자리의 평균 근속기간이 2005년 1년9개월에서 지난해 1년7개월로 단축됐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경우도 1년5개월에서 1년3개월로 짧아졌다.
이직 경험자들은 근로여건 불만족(45.1%), 개인·가족적 이유(18.7%) 등이 대부분이다. 20대 비정규직 근로자가 103만1천명에 달하는 점이 근로여건 불만족과 직결되는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 공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선호는 꾸준히 증가해 전체 취업시험 준비자의 절반 가까이가 여기에 몰려 있다.
2013년 기준 15~29세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541만7천명)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11.3%(61만4천명)인데 공무원, 교원, 공영기업체, 언론사 등을 준비하는 비중이 45.4%에 이른다. 2011년 40.1%에서 5%포인트 높아졌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청년들과 기업의 눈높이가 맞지 않는 게 가장 문제"라며 "모든 사람이 일류대를 가고 싶어도 못 가는 것 아니냐. 일류대가 안되면 재수, 삼수를 하겠다는 것인데, 이게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고 최근 세태를 꼬집었다.
노동의 공급측면에서는 대졸 청년층 및 여성의 양적인 증가와 함께 대졸 인력의 질적 수준이 저하하면서 채용시장이 '신입' 중심에서 '경력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고용시장의 바뀐 모습이다.
채용정보사이트인 사람인의 임민욱 팀장은 "최근 고용시장을 보면 신입보다는 경력직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며 "신입직원 채용에 따른 고용 위험을 피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기업이 요구하는 직업교육을 미리 받으려는 움직임도 확산된다. 작년 청년층 인구중 직업교육 경험자 비율은 14.2%(140만2천명)이나 된다.
◇ 전문가 "직업교육 강화, 청년층 일자리 의식 바꿔야"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잠재성장률(4%)을 밑돌고 고용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경제환경에서는 정부 노력만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꾸준한 경기활성화 노력과 학생때부터의 체계적인 직업교육, 기업과 개인의 채용 미스매치 해소 대책 등 다양한 접근법이 복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욱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일자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경제가 활성화되고 규제가 풀리고 투자가 늘어 자연적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며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노력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현호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구직자들이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고용률이 갑자기 올라가지 않는다"며 "교육시스템 개혁과 함께 학생때부터 체계적이고 올바른 직업관을 갖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청년 실업중 가장 문제가 고졸자"라며 "고졸 취업률이 OECD 국가보다 낮아서 이를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은 특히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졸업생중 취업희망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노력을 강조했다.
임민욱 팀장은 "청년 구직자들이 직장보다는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며 "무조건 대기업보다 작은 기업이라도 자기 인생 설계에 맞다면 들어가 경력을 키우는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고졸이하자 등 취업환경이 어려운 사람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근무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실업은 고용률 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이 중요하다"며 "학력 또는 숙련도가 다른 계층에 맞게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19 06: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