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세계 최대의 경제블럭을 만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려는 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참여국들하고 원만하게 협의가 이뤄져 TPP에 공식으로 참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는 종전 정부의 공식 입장보다 진전된 것이다.
정부는 작년 11월 29일 TPP 협상 참여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사실상 참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해석되지만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참여 조건을 검토해 득실을 신중하게 따져봐야 하고 참여 절차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TPP 참여는 '관심 표명→예비 양자협의→참여 선언→공식 양자협의→기존 참여국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예비 양자협의를 하는 단계이다.
박 대통령이 TPP 참여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은 원화 강세, 엔저 지속 등 대외 불안요인에 취약한 수출 전선의 어려움을 교역 확대로 넘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관련,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2개 TPP 참여국의 인구는 총 7억8천만명,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6조6천억달러, 무역규모는 10조2천억달러에 달한다. 명목 GDP는 전세계 GDP의 38%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최대의 지역경제권이 된다.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할 경우 10년간 2.5∼2.6%의 추가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계산이다.
청와대와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작년 11월 TPP 관심 표명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이며 공식 참여를 예단하거나 확정하는 취지는 아니다"고 설명했지만 박 대통령의 TPP 참여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부와 12개 TPP 참여국과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예비 양자협의를 시작했다. 오는 13일 미국을 선두로 멕시코, 칠레, 페루,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6개국과 잇따라 예비 양자협의를 한다.
TPP 참여국들은 한국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속내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참여 조건과 시기가 문제다.
최근 웬디 커틀러 USTR 대표보는 "현재 12개국이 진행 중인 TPP 협상은 사실상 '종료'(엔드 게임) 단계"라며 "한국을 포함해 새로운 국가들을 참여시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완전한 이행을 비롯한 통상 현안 해결이 한국의 TPP 참여에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미국과의 예비 양자협의가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TPP 출범을 위한 참여국들의 협상이 언제 타결될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작년 말 타결이 무산된 것은 농산물과 자동차 관세를 놓고 미국과 일본이 이견을 보이는 등 국가마다 이해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도 우리에게는 변수 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의 FTA는 이제 본격적인 협상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 열린 9차 협상에서 양국은 전체 양허안과 상대방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 사항을 담은 양허 요구안을 교환했다.
농수산물시장 개방은 최대한 막으면서 석유화학·철강 등의 수출 장벽은 없애려는 우리 정부와 정반대의 입장인 중국 사이에 치열한 줄다리기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한-중 FTA 협상에 큰 진전을 기대하고 있지만 타결 시기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10 21:3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