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임진강 자유로 변 철책 40여㎞ 불철주야 철통경계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한강과 임진강, 수도권 경계 우리가 책임진다'
육군 백마부대(9사단) 부대원들에게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 맞이는 남달랐다. 전군이 비상상황에 철통경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부대의 각오는 유난했다.
사단급 이상 부대 가운데 유일하게 '말'을 부대명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휴전선 없이 한강과 임진강을 경계로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중요 지역을 맡고 있어 수도권 경계의 첨병이라는 책임이 막중해 더욱 그렇다.
병사들은 장비 검사와 정신 교육을 마친 뒤 자유로 아래 통문으로 야간경계에 투입됐다. 한치의 틈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길은 매서웠다.
꽁꽁 언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이 초소는 1980년 3월 23일 새벽 무장공비 3명이 한강으로 침투하려다가 전원 사살된 곳이다.
이 곳은 자유로 바로 옆이다. 낮이고 밤이고 하루종일 차량이 쉴새없이 오가 한순간이라도 경계가 느슨할 법도 하지만 병사들의 얼굴엔 긴장으로 가득했다.
임진강 변 자유로 철책은 북한과 불과 1.2㎞ 떨어진 곳도 있다. 지난해 9월 한 남성이 이 곳 철책을 넘어 월북을 시도하다가 사살됐다.
백마부대 부대원들은 한강과 임진강 40여㎞에 달하는 철책을 2명씩 조를 편성, 365일 주야로 하루 6시간씩 물샐 틈 없는 철통경계를 펼치고 있다.
겨울에는 매서운 칼바람으로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까지 내려가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초소 경계병 김정주(23) 병장은 "갑오년 새해를 맞아 말의 용맹함과 힘찬 기상으로 부여받은 임무를 완수하겠다"며 "우리가 뚫리면 수도 서울이 위험하다는 각오로 경계태세 완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1950년 10월 창설된 백마부대는 말과 인연이 많다.
사단 창설 때만 해도 별다른 이름 없이 '9사단'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1952년 10월 6∼15일 열흘 동안 전략적 요충지인 강원 철원의 백마고지에서 중공군 3개 사단에 맞서 대승을 거두며 '백마부대'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치열한 전투로 하루 평균 5만 발에 가까운 포탄이 날아들며 산등성이가 하얗게 벗겨져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마치 한 마리의 백마가 누워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 붙여졌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백마고지 전투가 승리로 끝나자 철의 삼각지대(철원∼금화∼평강)를 지켜낸 9사단에 '상승백마'란 칭호를 하사했다. 이후부터 9사단은 백마부대로 불리게 됐다.
백마부대가 주둔한 고양시 일산동구 정발산 자락도 말과 인연이 있다.
정발산은 전체적으로 말의 형상을 하고 있다. 백마부대의 반대편 일산동구청이 있는 마두동(馬頭洞) 일대가 말의 머리에 해당한다. 정발산은 머리를 길게 내밀면 말이 한강에서 물을 마시는 모습이라고 한다.
한강대대 소초장 하동수(24) 중위(진)는 "부대의 상징인 말띠 해라 각오가 특히 새롭다"며 "불안한 북한 상황에서도 완벽한 전투준비태세를 갖춰 국민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새해 각오를 다지고 또 다졌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4/01/05 07:3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