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29% 급락…위험회피 수단 수요 감소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 지난 12년 동안 지속했던 금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한때 온스당 1,900 달러까지 치솟았던 금값은 20일(현지시간) 현재 1,200 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유럽의 재정위기 완화 등으로 위험 회피 수단으로서의 금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낮은 수준의 금값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하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돼 금값이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12년 랠리 종료 예상
지난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2월물 금은 전날보다 41.40 달러(3.4%) 빠진 온스당 1,193.60 달러에 장을 마쳤다. 2010년 8월3일 이후 최저 종가로 장중에 심리적 기준선인 1,200 달러가 무너진 것은 지난 6월 이후 처음이었다.
이날 오전 금값은 1,200 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값이 올해 들어 29% 가까이 급락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면서 금이 12년간 이어온 랠리(상승세)의 종료를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금값은 2000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800t 이상의 금이 빠져나갔다.
투자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례없는 대규모의 양적완화를 추진하자 물가 상승과 달러화 약세에 대비해 헤지(위험회피) 수단으로 금을 매입했다.
이런 수요로 금값은 2011년 9월 온스당 1,900 달러 선까지 급등했다.
◇금, 안전자산 매력 감소
하지만 연준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투입에도 물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해 위험회피 수단으로서 금 수요는 빛이 바랬다. 가격도 하락했다.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예산 전쟁 우려가 완화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이 반감됐다.
특히 올해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도 금의 수요를 감소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내년부터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한다고 발표하자 금의 대체 투자재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금값 하락이 촉발됐다.
더블라인캐피털의 제프리 셔먼 원자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양적완화 축소로) 금을 보유할 이유가 증발했다"고 말했다.
웰스파고어드바이저스의 사미르 사마나 전략가는 "예상과 반대로 경기는 회복됐고 물가 상승률은 높지 않아 금에 대한 열기가 식었다"고 밝혔다.
◇"금값 낮은 수준 유지" vs "안정세 회복"
전문가들은 금수요 감소 요인들이 몰리자 내년에도 금값이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제프리 큐리에는 "금값이 내년에도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통상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금값에 곧바로 반영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BC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앞으로 금값이 온스당 1,180∼1,200 달러 사이에서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재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는 "가진 금을 계속 보유하겠지만 금값 하락에 대비한 파생 계약을 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어떤 환경에서도 금을 사지 않겠다"고 말했다.
비관적인 경제 전망 때문에 '닥터 둠'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학 경영대 교수는 금값이 1,000 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금값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WSJ는 금화, 보석류 형태로 금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금값이 떨어졌을 때 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고 전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금값이 저점을 찍었을 확률이 높다"면서 금을 괜찮은 투자 대상으로 평가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21 00:5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