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분리수거 수입으로 4년간 기부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구청을 청소하는 위생원 9명이 4년간 간식비 등으로 쓸 수도 있었던 돈 1천800여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내놓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중 4명은 한 달 120시간을 일해 80만원을 버는 공공근로자다. 1천원도 쉽게 쓰기 어려운 형편이지만 쓰레기더미에서 재활용품을 골라내 모은 돈을 아끼지 않고 기부했다.
이 일에 앞장선 사람은 중구청 위생원실의 김용화(44) 반장이다.
1992년 기능직 9급 공무원으로 들어온 그는 늘 오전 6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청소기를 움직이고 화장실을 점검했다.
팀원들과 함께 광장, 화장실, 복도, 계단 청소와 청사 내벽 먼지 제거 같은 업무를 마치면 시간을 쪼개 재활용품을 분리했다.
처음 한달 재활용품을 처분해 번 돈은 약 10만원. 대기실에서 마실 커피, 간식을 살 수 있는 정도였다.
그는 2010년부터 청사, 구청 광장에 있는 일반쓰레기통에 버려진 재활용품을 분류하기로 했다. 김 반장은 "시세가 높아져 조금만 더 모으면 돈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일이 많아진다며 반대하는 팀원도 있었지만 이내 마음을 바꿔 동참했다.
위생원들은 1차 분리한 재활용품 마대에 일부 섞인 병, 캔, 알루미늄, 플라스틱, 종이를 다시 분류하고 여유가 생긴 종량제 봉투에 일반쓰레기를 눌러 담았다.
이 작업으로 한 달에 1t도 안 되던 재활용 분리수거가 2t까지 늘었고, 매달 30만원까지 모을 수 있었다.
이들은 2011년 12월에는 800만원, 지난해 12월에는 585만원을 기부했다. 올해는 재활용품 가격이 폭락해 제값을 받진 못했는데도 500만원을 지난 4일 기부했다. 이들이 4년간 기부한 금액은 1천885만원에 이른다.
김 반장은 16일 "가끔 민원인들이 우리를 무시할 때는 서럽기도 하다"며 "그래도 우리보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위해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어 설움을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6 06:2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