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 계획 아직 없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삼성생명이 계열사로부터 삼성카드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삼성그룹이 현행 법률 체제 아래서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739만6천968주)를 취득했다.
삼성카드의 주요주주는 삼성전자(37.45%), 삼성생명(28.02%), 삼성전기(3.81%), 삼성물산(2.54%), 삼성중공업(0.03%)이었는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제외한 계열사 보유 지분을 모두 흡수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번 삼성카드 지분 확보를 위해 모두 2천641억원을 투입했다. 주당 3만5천700원에 주식을 사들였다.
이로써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은 28.60%에서 34.41%로 높아졌다.
업계는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지분율이 30%를 넘어섰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상장회사 지분율이 30%를 초과하면 금융지주회사법상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삼성그룹이 현행법 아래서 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두고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중간 금융지주를 만드는 지배구조 변화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중간 금융지주회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일 때 중간 지주회사 설치를 강제한 제도다.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간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법 개정이 늦어져 아직 도입되지 못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중간 금융지주를 활용하면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등 금융회사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삼성그룹은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에버랜드→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4%,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1%를 소유하고 있다.
윤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 매각에 따른 세금이 발생하더라도 삼성그룹이 현행 규제 아래서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37.5%도 삼성생명으로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으로 삼성생명은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고, 자사주를 매입해 중간 금융지주 진용을 갖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지난 2011년부터 매년 1.5%씩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 관계자는 "삼성그룹 차원에서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도입할 계획이 아직까지 없다"면서 증권가의 중간 지주사 도입설을 부인했다.
삼성카드 '지분 몰아주기'와 함께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확보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어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시발점이 될 곳으로 평가받는 회사다.
삼성물산은 지난 13일 삼성SDI로부터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5.09%(203만6천966주)를 시간 외 매매로 취득했다.
삼성물산의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은 7.81%(312만4천222주)로 높아졌다. 지분 취득에 들어간 돈은 모두 1천130억5천만원이다.
삼성물산은 올해 7월 중순까지만 해도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았지만 지난 7월 31일 10만주 매수를 시작으로 6개월 만에 지분율은 7%대로 높였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5 14: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