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현대·동양·대우증권 등 줄줄이 매각 예정
중형사 M&A로 덩치 키우고 IB 인가 받으면 '지각 변동'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 극심한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업계에 인수·합병(M&A)을 통한 합종연횡의 바람이 몰아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부터 리딩투자증권까지 증권사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와있는데다 금융당국이 당근과 채찍을 사용하며 M&A를 독려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없진 않지만 어차피 우리투자증권과 동양증권, 현대증권, 대우증권 등은 매각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므로 내년엔 증권업계에서 M&A가 단연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는 지난 2008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계기로 증권사 수가 급격히 늘어난 이후 약 5년 만에 대대적인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 쌓인 매물 해소가 관건
증권업계 M&A의 신호탄은 당장 16일 본입찰이 실시되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의 매각 작업이다.
KB금융과 농협금융, 파인스트리트 중에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를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이다.
대우증권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하는 내년 7월 이후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현대그룹이 현대증권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어 대형사들의 매각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법원이 법정관리 중인 동양그룹 계열사 동양증권에 대해 조기 매각을 인가함으로써 대만 유안타증권의 인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10여개 증권사도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과연 매물로 나온 이들 증권사의 M&A가 제대로 추진돼 새 주인을 찾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증권업계가 증시 침체와 거래 감소, 채권 손실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증권사를 인수하려는 매수자가 있을지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증권사를 인수하면 자기자본 기준을 낮춰 투자은행(IB)으로 지정하고 개인연금신탁 업무나 사모펀드(헤지펀드) 운용업을 허용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증권사의 콜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한편 실적 부진 증권사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요건을 강화하는 등 당근뿐 아니라 채찍도 사용하며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다.
◇ 중견 증권사 움직임 주목…업계 판도변화 예고
증권업계에서 M&A가 제대로 이뤄지기만 하면 적잖은 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7조원에 가까운 자산을 가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단연 업계 1위의 증권사로 부상할 수 있고, KB금융과 농협금융은 KB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압도적인 업계 1위 증권사를 만들 수 있다.
현대증권과 대우증권도 업계 5위권 내에 들어 투자은행(IB)으로 지정된 만큼 이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선두권 구도가 달라진다.
또 매물로 나온 소형 증권사도 인수나 합병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면 중견 업체로 부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간 정도 규모의 증권사들이 앞으로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가 주목해야할 관전 포인트다. 대형이건 소형이건 결국 매물로 나온 증권업체를 인수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은 같은 업계에서 비교적 재무상황이 견실한 업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나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말 현재 자본 규모가 각각 2조2천억원, 2조1천억원이어서 5천억원 이상 규모의 M&A만 추진하면 IB로 지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업황 개선과 수익성 전망이 개선된다는 전제가 있어야 현실화될 수 있는 시나리오일 뿐 수수료 수입 감소와 대체 수익원 부재라는 증권업계의 구조적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종합 자산관리 등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추는 게 M&A보다 더 시급한 업계의 과제"라면서 "이런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인센티브를 주는 정부의 대책은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2/15 12: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