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저점 붕괴 앞두고 소폭 개입…시장선 '종가관리' 추정
공기업 외화차입 자제 유도, 수출中企 피해 최소화
(서울·세종=연합뉴스) 홍정규 고유선 이지헌 기자 = 당국이 최근 재점화한 원·달러 환율의 일방적인 하락세를 두고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저점(달러당 1,054.3원) 붕괴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환율이 더 밀렸다간 자칫 달러당 1,000원까지 힘없이 내줘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0일 "환율의 변동성이 급격하고, 지나치게 (외환)시장이 한 방향이 돼 (달러화) 매도만 있고 매수는 없는 상황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정부와 시장에 공동개입 했을 때의 일방적 쏠림이 아직 해소된 것 같지 않다"며 "(환율 하락에) 일방적인 느낌이 있어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국은 전날 환율이 재차 급락세를 보이자 여러 은행을 통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특별한 요인이 없었는데 막판에 달러화 매수 주문이 여기저기서 들어와 환율이 1원가량 올랐다"며 "종가 관리를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전날 환율은 장중 달러당 1,054.8원까지 내려가 연저점을 불과 0.5원 웃돌기도 했지만,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달러화 매수 주문에 1,056.4원으로 마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시장에서 달러화를 파는 쪽이 많지만, 이를 받아주는 쪽도 있다"고 언급, 기관을 통한 하락세 조정을 시사했다.
당국은 또 은행과 주요 기업의 외환거래 포지션 변화를 점검하고 있다. 지나치게 숏포지션(달러화 매도)에 쏠렸다면 대응에 나서려는 준비 작업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환율이 더 내려 연저점을 하향 돌파하면 당국이 대대적인 공동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당국의 지나친 시장 개입을 경계하지만, 급격한 환율 하락과 투기적 거래에 대한 선제 조치로서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많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시장 개입 제한을 권고한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 바 있다.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측면에서 마련한 공기업의 외화차입 억제 방침도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위험 관리 차원에서 외화차입을 억제토록 하고 있다"며 "특별한 투자 목적이 아니라면 공기업이 외화로 차입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수료를 특별 인하하고 환위험 회피 상품도 개발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은행별로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선물환 수수료를 50% 깎도록 했다.
은행들은 금감원 지도에 따라 영세한 기업은 환 헤지 수수료를 면제할 계획이다.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이 제한되는 합성 선물환 상품도 내놓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런 방안이 정착되면 중소기업이 6개월간 최대 100억원의 수수료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1/20 06:0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