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당국, 동양 계열 분식회계 여부 초점
11일 법조계와 산업·증권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당국은 동양그룹 계열사인 대부업체 동양파이낸셜대부가 계열사에 편법 지원을 하면서 분식회계 등에 연루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올해 3월 말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2회계연도 정기 감사보고서에서 ㈜동양, 동양시멘트 등 계열사와 1천800억원 규모의 내부 자금거래를 누락했다가 6개월이나 지난 9월30일 정정했다.
지난달 30일은 동양그룹이 법원에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등 3개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날이다. 동양그룹은 다음날인 이달 1일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030790]에 대해서도 법원에 법정관리 개시를 신청했다.
애초 동양파이낸셜대부의 2012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는 ㈜동양·동양시멘트와 채권·채무, 자금 유입과 유출액을 적는 항목(차입금)이 모두 비어 있었다.
그러나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에 낸 정정 감사보고서에는 ㈜동양과 동양시멘트에 각각 98억원과 35억원의 채무가 있다고 기재됐다.
자금거래 항목도 ㈜동양과 1천143억원의 유입, 1천45억원의 자금 유출 사실이 새로 쓰여있다. 동양시멘트와는 654억원의 유입, 619억원의 유출액이 있다고 기재됐다.
금융감독당국은 검찰에 현 회장을 수사의뢰하면서 동양파이낸셜대부가 계열사에 대한 자금 대여 사실 누락 등 혐의 사실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파이낸셜대부가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해주는 과정에서 자본잠식 상태인 계열사의 자산을 부풀린 게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감리를 검토해보고 있다"며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제표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는 자본잠식 상태에서 자금 지원을 받았다.
금융감독당국은 감리 대상 금융회사가 아닌 대부업체인 동양파이낸셜대부에 대해선 공인회계사회에 감리를 요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당국은 다만, 회계기준 해석에 주관적인 판단이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동양 계열사의 분식회계에 대한 감리 여부를 꼼꼼하게 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코스닥상장사인 동양시멘트는 이미 2010회계연도 재무제표상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지난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2012년 2월 동양시멘트 재무제표를 감리한 결과, 2010년 7월 ㈜골든오일과 옛 동양시멘트 간 합병 과정에서 '자기자본을 부풀린(과대계상) 혐의'를 적발해 동양시멘트에 대해 증권발행제한 4개월과 감사인지정 2년 등 조치를 내렸다.
◇ 현재현 회장 사기죄 입증 여부 핵심…檢 수사 속도 내나
분식회계 혐의 여부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동양사태 관련자의 사기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이런 점에서 회계 장부상 투자자들을 속이려고 부실 여부를 감췄는지에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재무제표는 유가증권 발행을 위해 기업 신용등급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자료로 쓰인다.
검찰도 사기·배임 혐의로 고발된 현 회장 등 수사에서 기업어음(CP)을 발행하기 위해 부실 여부를 축소하는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는지를 규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IG그룹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와 검찰 수사에서 LIG건설이 2009년과 2010년 상반기에 당기순손실을 순이익으로 부풀린(과대계상) 정황과 법정관리 신청을 사전에 계획하고도 CP를 발행한 사실이 적발돼 구자원 회장과 아들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 중역을 선고받았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부실한 기업이 회계장부(재무제표)를 그대로 가져갔다가는 회사채 등 유가증권 발행이 쉽지 않다"며 "대우그룹 등 외환위기 이후 국내 부실 대기업에선 분식회계가 핵심 수단으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현 회장은 동양시멘트의 법정관리 결정에 대해 "저녁 6시 넘어 현금 5억원을 빌려 부도를 막을 만큼 긴박한 상황에서 결정됐고 다른 투자자와 중소 협력사의 연쇄부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10/11 07: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