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경기 회복세를 보이는 선진국과 달리 일부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인도는 금융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시화로 신흥시장에 자금경색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흥시장 불안은 한국 증시에도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 인도 '트리플 약세' 심각…위기설 확산
인도 루피화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구체화한 이후 최근 연일 하락해 사상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 달러에 대한 루피화 환율은 19일 처음으로 63루피 선을 돌파했다. 시장에서는 루피화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달러당 65루피 선도 곧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에 대한 루피화 가치는 5월 이래 15% 이상 떨어졌다.
통화가치와 함께 주식과 채권가격도 동반 폭락하는 '트리플 약세'도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10%가량 하락한 인도 증시의 주가는 지난 16일 4% 떨어진 데 이어 19일에도 1.6%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신문 가디언과 CNN 머니 등은 인도의 금융 위기가 '초읽기'라고 일제히 경고하고 나섰다.
인도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의 상황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자카르타종합지수는 19일 5% 넘게 급락하며 올해 1월 중순 이후 최저치를 경신했다. 루피아화 환율은 4년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아시아 신흥국 중심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역시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자금 흐름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가 확대되며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마저 흔들리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신흥국으로 많은 자금이 유입됐는데 양적완화 축소 시점에서는 오히려 큰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단기투기성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빠르게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 국내 증시에도 부담…"보수적 시각 가져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양적완화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내에서도 경제 기초체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되는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이 특히 흔들리고 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내년 총선 및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더 확대되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앞두고 연준의 출구전략 영향이 신흥국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미국 장기금리 상승과 달러화의 강세 속에 펀더멘털 여건에 따른 신흥시장 내 환율 차별화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를 이어가는 등 한국은 신흥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좋은 국가로 꼽힌다.
그러나 일부 신흥국 시장에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충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신흥시장의 금융불안 확산으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크게 낮출 가능성이 커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며 "국내 주식시장으로 외국인이 유입되고 있지만 동남아 지역의 금융불안이 확산하면 언제든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급격한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인도 등에 금융위기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며 "미국 양적완화가 가시화되면 시장의 우려가 커져 자금흐름상 국내 증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20 11:29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