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일건 기자 =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10주기를 맞아 북한 매체들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과 인연을 잇달아 강조해 눈길을 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한 기업가의 삶을 빛내주신 위대한 사랑'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정몽헌은 김정일 동지의 품 속에서 인생전환을 한 기업가"라며 "1999년 10월 정주영과 함께 평양에 찾아와 장군님(김정일)을 만난 그는 참된 애국은 통일이라는 신념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정 전 회장이 기업의 전략을 북한과의 협력교류로 내세웠다며 김정일 위원장이 그를 "손잡아 이끌고 보살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정 전 회장을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건설 등 남북경협의 길을 연 '개척자'로 민족 앞에 내세워주고 기념사진도 찍어줬다며 그가 사망했을 때는 "아까운 사람이 갔다고 가슴 아파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정 전 회장이 경제적 타산에 앞서 민족적 화해와 협력사업에 이바지하려는 일념으로 남북협력사업을 개척하고 발전시켜 온 "양심적인 기업가였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장군님의 동포애, 민족애는 정몽헌에게 있어서 북남경제협력사업을 더욱 통이 크게 벌리고 성과를 이룩할 수 있게 한 자양분이었다"고 덧붙였다.
또 북한의 대외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도 전날 '사랑과 정은 세기를 이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 위원장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정몽헌 전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현대가와의 인연을 상세히 소개했다.
앞서 통일신보 인터넷판은 2일 "8월 4일은 정몽헌 선생이 별세한 지 10년이 되는 날"이라며 "정몽헌 선생과 그 일가에 돌려준 김정일 장군님의 배려는 끝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정몽헌 전 회장의 10주기를 맞아 김 위원장과 인연을 연일 강조하는 것은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마지막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안에 1주일째 묵묵부답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김정은 체제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이 추진한 남북협력사업을 유훈사업으로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제1위원장은 3일 정몽헌 전 회장 10주기 추모식을 위해 금강산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 구두친서를 전달하고 "(정몽헌 회장의) 명복을 기원하며 현정은 회장을 비롯한 선생의 가족과 현대그룹의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04 17:11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