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정부의 물가단속 움직임에 우윳값 인상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소와 나무' 우유를 생산하는 동원F&B는 이날부터 우윳값을 7.5% 올리려고 한 계획을 전면 보류했다.
동원F&B 관계자는 "소비자와 물가를 감안해 인상시기를 재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원유가격 연동제 도입으로 판매가격도 함께 올려야 하지만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날부터 ℓ당 834원인 원유의 기본 가격이 940원으로 12.7% 인상된다.
동원F&B뿐 아니라 서울우유·남양유업·빙그레 등 다른 우유 회사도 아직 우윳값의 인상 폭과 시기를 확정해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우유는 이달 중순께 우유 가격을 ℓ당 250원 인상하려고 했지만, 당초 안을 다소 미뤄 이르면 이달 말께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은 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와 비슷하게 가격을 올린다는 방침이지만 최근 `밀어내기 파문' 등으로 인해 시기는 업계 중 가장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도 이달 안에 가격을 올릴 계획이지만 인상 폭은 정해지지 않았다.
우유 업체 중에서는 매일유업만 "8일부터 예정대로 우윳값을 10.2% 인상하겠다"고 밝혔으나, 홀로 인상안을 발표한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매일유업은 지난달 초에는 두유 가격도 20% 올린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 연동제로 원유 가격이 올라 제품가격도 올릴 수밖에 없지만 대형마트와 정부 눈치가 있어 우유 회사들이 곤란한 입장에 처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업계가 2년 전 우유 가격을 올릴 때 정부 압박으로 마진율 변동 없이 원유값 인상분만 가격에 반영해 올해는 마진율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며 "그러나 정부 눈치로 마진 인상률이 크지는 않을 듯하다"고 전망했다.
고민은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들은 정부가 지난달 30일 서울청사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하나로클럽 관계자를 불러 시장 동향을 점검한 것이 아무래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털어놨다.
제조사가 가격을 올리면 그에 맞춰 판매 가격을 올려야 하지만 정부의 물가 인상 억제 기조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였지만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우윳값 인상을 자제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올해 상반기 매출이 일제히 하락한 데다 사회 전반적으로 부는 동반성장 분위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상생펀드 확대 등을 잇달아 내놔 이제는 더 양보할 여지가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이마트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롯데마트는 5.7%, 홈플러스는 5.9% 감소했다.
다른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영업 규제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우유 판매 이윤까지 낮춰 판매 가격을 조정하라는 것은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허탈해했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하반기에 공공요금이 인상되는 등 물가가 오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팔짱만 끼고 있을 수만은 없어 우윳값을 비롯해 물가가 어디까지 인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8/01 15:15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