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집권 자민당의 대승으로 종료되자마자 한일 관계가 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동아시아컵 축구대회 한일전에서 있었던 응원에 대한 일본 각료의 망언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다.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지난 30일 "그 나라의 민도(民度)가 문제 될 수 있다"면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내용의 한국 응원단 플래카드 등을 문제삼았다.
그러자 한일전 응원을 둘러싼 논란에 그동안 발언을 자제해 왔던 외교부는 즉각 논평을 내고 "무례한 발언으로 심히 유감스럽다"고 강력 비판했다.
애초 외교부는 축구 응원전 논란에 대해 "축구협회가 답변할 사항"(대변인)이라면서 불개입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정부가 시모무라 문부과학상의 발언에 직접 대응한 것은 일단 발언 자체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부과학상의 발언이 자민당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독일 나치식 개헌' 등의 망언에 이어 나왔다는 점도 정부 대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 문제 삼지 않고 그대로 둘 경우 '망언 릴레이'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뜻이다.
정부 안팎에서 8·15 광복절의 일본 동향을 주시하는 것도 이 같은 차원이다.
이번 축구 응원전 논란을 볼 때 지난 22일 참의원 선거에서 크게 이긴 자민당의 주요 인사들이 광복절 전후로 돌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축구 응원전 논란 자체는 일회적이고 돌발적인 사안이나 잘못된 역사·현실 인식을 가진 자민당 내 주요인사의 망언은 계속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8·15와 관련해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아소 부총리, 관방장관, 외무상 등 내각 핵심인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여부도 관심사항이다.
만일 일본 내에서 광복절 전후로 과거사 도발이 있으면 우리 역시 대응하지 않을 수 없고 하반기 한일관계도 계속 경색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8·15 경축사도 일본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을 담는 방향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9월 G20(주요20개국),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다자 회의를 무대로 한 한일 정상간 만남도 어려워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일각에서는 연내 한일 정상회담은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31일 "기본적으로 한일간에 신뢰가 없기 때문에 조그만 일이 있어도 서로 신경전을 벌이게 되는 것"이라면서 "당분간은 경색국면이 계속되겠지만, 국제정치적으로 한일 협력이 양국 모두에 득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서로 협력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31 10:4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