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첫 '코스닥 이전상장' 나오며 각광 예상
거래부진 상장기업 지분분산 부족 때문…"문제 없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정부가 '창조경제'의 마중물을 기대하며 출범시킨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 코넥스가 31일 개장 한 달을 맞았다.
성적은 미묘하다. 모두 21개의 '1호기업' 중 14개가 시초가보다 주가가 올랐고, 19.36%의 평균 상승률을 보였지만 거래가 극도로 부진한 탓이다.
지난 1일 출범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거래가 이뤄진 종목은 랩지노믹스와 하이로닉 등 두 개 뿐이었고, 2∼3일을 제외하곤 아예 매매가 없었던 종목이 여럿이다.
하지만 업계와 금융당국은 코넥스가 당초 우려보다는 순조롭게 출발했다고 평가했다. 당장은 서툴러 보여도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첫 코스닥 이전상장'이란 결실을 내놓으며 각광을 받게 될 것이란 이야기다.
◇ 당국·업계, "코넥스 양호한 출발" 한 목소리
11개 지정자문인 증권사들은 코넥스시장의 거래 부진을 시장 실패와 연관 지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실무 담당자는 "자금조달이나 거래가 될 수 있는 정규시장을 만드는데 초점이 있지 거래량이 많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대부분 업체가 지분 분산이 많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양호하게 거래가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모를 하지 않았으니 거래가 없을 것이란 건 예상했던 바여서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거래 활성화보다 투자에 방점을 찍은 시장인데 거래가 없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도 대체로 코넥스시장의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서태종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만족스럽지는 않아도 당초 우려보다는 순조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코넥스를 다른 시장과 똑같이 거래대금과 거래량 등으로 평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대체로 코넥스시장의 안착 시점을 내년 중순이나 내후년으로 예상했다.
코넥스 상장사가 코스닥으로 성공적으로 이전해 소위 '대박'이 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투자 러시가 나타날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이맘때 첫 이전상장이 나오면 기존 회사도 투자매력이 부각되면서 시장이 안착할 것"이라며 "지금 모습과 달리 그때는 오히려 시장과열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 시장불신 여전…규제완화·증자 등 해법 거론
하지만 시장 참여자 상당수는 여전히 코넥스의 미래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모양새다.
과거 비슷한 목적으로 출범한 프리보드 시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처럼 코넥스도 거래부진이 이어진 끝에 투자자 대다수에게 잊혀진 시장이 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모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닥도 위험하다며 사지 않는 판에 코넥스를 누가 사겠느냐"면서 "코넥스는 자산운용사 입장에선 상당히 부담되는 투자 대상"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펀드매니저 입장에선 유동성이 부족해 시장 진입 후 환매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개인투자자 기본예탁금 3억원 규제 완화 ▲코넥스 펀드 등 관련 상품 출시 ▲일반 공모를 통한 유상증자 ▲증권업계의 코넥스 기업 분석 활성화 등이 해법으로 거론된다.
특히 코넥스 기업들은 예탁금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코넥스 회원사들은 지난 18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한국거래소를 방문했을 때도 개인 투자자 예탁금 규제를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일반 공모 유상증자는 코넥스 상장사 대다수가 지분 분산이 미흡한 까닭에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문제를 타개할 방안으로 제시됐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소액주주를 모집해 거래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완전 공모는 어렵겠지만 사모형태로 증자가 되면 수급이 조금씩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 "해법, 현실성 떨어진다" 반론도
하지만 이러한 방안 중 일부는 현실성이 부족하거나 효과가 의문스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상증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모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실패할 가능성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넥스는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과 달리 유상증자 물량이 소화될 가능성 자체가 제한적"이라며 "유상증자는 통상 총액인수 방식으로 하는데 지금 특정 증권사에게 총액인수를 하라면 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의 예탁금 기준을 3억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기관 투자자 위주의 시장 성격을 감안하면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란 반론이 나온다.
다만 코넥스 기업 관련 정보의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현재까지 국내 증권사들이 펴낸 코넥스 분석보고서는 6건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출범 당일을 전후해 '반짝' 발간됐을 뿐이다.
이인형 실장은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이 공유돼야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면서 "코넥스 기업들은 공시 빈도나 조항 등에서 완화된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제공되는 정보가 절대적으로 적고 이것 때문에 투자가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관련 펀드가 생겨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코넥스의 거래부진과 관련, "거액을 투자할 만한 자산운용사쪽에서 펀드가 조성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펀드가 조성되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측도 "시장활성화를 위해선 우선 관련 펀드가 생겨야 한다"면서 "미래창조과학부가 준비 중인 펀드가 마무리되면 신주를 발행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태종 국장은 "결국 초기에는 정부가 시장 조성 역할을 해줘야 한다"면서 "(유동성 문제는) 증권유관기관과 펀드, 지정자문인 계열 자산운용사, 성장사다리펀드가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8월을 넘기면 성장사다리펀드 투자가 본격화할 것이고, 공모펀드 등 기관투자자들도 투자에 나서 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31 08:48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