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부문 강화·인력 과잉 등 고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KB금융그룹이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비은행 부문 강화라는 그룹의 시급한 과제와 우리은행 인수 시 인력 과잉 문제 등을 고려한 결과로 여겨진다. 우투증권 인수전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 우투증권 인수하면 증권 부문 1위 도약
KB금융[105560]의 우투증권 인수 의지는 12일 임영록 회장의 취임사와 기자간담회 내용에서 읽을 수 있다.
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소매금융은 KB금융그룹이 전통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분야로,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 서비스역량과 영업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우리은행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 나오기 힘든 발언이다.
우리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기업금융 분야로, KB금융이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그 이유는 다소 취약한 기업금융 부문의 강화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STX그룹, 쌍용건설[012650] 등의 부실 문제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부문은 그 매력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임 회장은 뒤이은 기자간담회에서도 우투증권 인수 의지를 시사했다.
우리금융[053000] 민영화 참여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KB금융그룹 전체의 비중이 은행 부문에 쏠려 있다"며 "비은행 부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투증권을 인수한다면 KB금융그룹의 숙원인 비은행 부문의 강화에서 큰 진전을 이루게 된다.
증권, 보험 등의 계열사가 업계 하위권에 머무르는 바람에 지난해 KB금융그룹 순이익의 80%가량은 국민은행에서 만들어졌다.
그런데 업계 17위권인 KB투자증권과 2위인 우투증권이 합쳐진다면 1위인 대우증권[006800]을 제치고 단숨에 업계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증권 부문 강화의 묘책인 셈이다.
점포 중복과 과잉 인력 문제도 우리은행 인수를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민은행의 임직원은 2만2천명에 육박, 시중은행 중 임직원 수가 가장 많아 생산성이 떨어진다. 임직원 수가 1만5천여명인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전체 직원 수가 3만7천명에 육박해 생산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더구나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은 각 은행 점포의 절반가량인 700여곳이 500m 거리 내에 자리잡고 있다.
임 회장이 노조에게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인력 과잉과 중복 점포 문제는 KB금융그룹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 우투증권 인수전 치열해질 듯
예금보험공사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투증권과 우리아비바생명 등 지방은행과 증권 계열에 대해 오는 15일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우투증권은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F&I, 우리파이낸셜[021960] 등 증권 계열 지분 전체를 묶어 매각될 예정이다.
그러나 시장 상황에 따라 개별 매각도 정부는 검토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이 뛰어든다면 우투증권 인수전은 상당히 치열해질 전망이다.
농협이 인수전에 참여할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농협은 농협증권이 우투증권을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취약점인 증권 부분을 키울 방침이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우투증권 인수에 대해 검토에 돌입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전이 치열해지면서 우투증권의 몸값이 올라갈 우려도 있다"며 "증권업의 업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인수 시 득실을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2 14:0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