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만기·우량등급만 선호"…리스크 회피심리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국내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위험을 회피하려는 회사채 투자자들의 보수적 성향도 눈에 띄게 강화됐다.
회사채 거래량은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 우려가 본격화됐던 지난 5월 말에 비하면 회복된 모습이지만 짧은 만기·최우량 등급의 회사채 중심으로만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2년 이하 만기의 회사채 거래액은 2조3천670억원으로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3.2%에 달했다.
이보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거래 부진 현상은 뚜렷해졌다.
2년 초과∼3년 이하 만기의 회사채 비중은 6.9%(2천220억원), 3년 초과∼5년 이하 만기의 회사채 비중은 17.1%(5천540억원)였다. 5년 이상 만기의 회사채 비중은 2.8%(900억원)에 불과했다.
회사채 시장에서 단기물 선호현상은 지난달부터 본격화됐다.
5월 말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내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수 있다고 발언한 이후 국내 채권금리가 급등하면서 단기물 중심으로 거래가 쏠렸다.
실제로 올해 1∼5월까지 전체 거래액에서 2년 이하 만기의 회사채가 차지하는 월별 비중은 40%대를 유지해오다가 6월 들어 올해 처음 50%를 넘어섰다.
반면 5년 이상 만기 회사채의 월별 비중은 3∼5월 줄곧 10%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한자릿수 비중(6.6%)으로 위축됐다.
회사채 등급별로도 거래 양극화 현상은 뚜렷하다.
지난주 AAA등급 회사채가 전체 거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4.5%에 달했다.
회사채 등급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거래 부진 현상이 뚜렷해진다.
최고 등급 미만의 거래액 비중은 AA+(17.1%), AA0(13.4%), AA-(9.4%), A+(5.9%), A0(6.3%), A-(3.1%)였다. BBB+등급 회사채의 거래액 비중은 '제로'였다.
지난주 가장 많이 거래된 일반 무보증 회사채 15개 중 에스에이치공사135, KT159, POSCO288 등 8개가 AAA등급의 회사채였다.
이처럼 보수적 투자성향이 강화된 이유는 '버냉키 쇼크' 이후 국내 채권금리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변동할 때 단기채보다 장기채의 가격 변동성이 더 크기 때문에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 리스크가 작은 단기채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심지어 투자적격 등급인 A등급도 자칫하면 BBB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래가 부진한 상황이다.
그나마 회사채 장기물을 담아왔던 장기투자성향의 보험사도 최근 회사채에서 국고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김형조 동양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많이 올라서(가격이 떨어져서)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왕 장기 보유할 채권이라면 회사채보다 안전성이 높은 국고채 장기물에 손이 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회사채 시장 내 단기물·우량등급 선호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양적완화 연내 축소 가능성이 계속 언급되는 한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단기물과 우량등급 회사채 선호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10 05:5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