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전환배치 100명 모집에 자원자들 넘쳐나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기자 = 최악의 증시침체 속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삼성증권이 계열사 전환배치를 위한 인사이동 신청을 받은 결과, 애초 회사 측 계획보다 훨씬 많은 사원이 대거 전출 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불투명한 미래에서 벗어나려는 증권사 직원들의 '엑소더스'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증권 업황이 악화하자 사내 과장 및 대리급 인력 100명을 금융·전자 계열사로 전환배치하기로 하고 지난달 중순부터 신청을 받았는데, 마감 결과 계획보다 수십 명이 초과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애초 계획은 100명을 선정해서 이동시킬 계획이었는데 신청자가 100명을 훨씬 넘어서 적절한 전출 인원을 놓고 회사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회사 측은 전출 인원을 더 늘릴지 신청자 중 선별해서 100명을 뽑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선별하더라도 100명을 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이동하게 될 계열사는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와 삼성전자 마케팅 분야 등 총 5개사다.
삼성증권의 한 직원은 "평소 이직을 생각하던 과장, 대리급들의 경우 증권보다 더 규모가 큰 계열사로의 전출이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공채 입사자들의 경우 그룹 전체에 동기들이 퍼져 있어 이동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직원은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장기간 지속하고 있는 증권가 불황에 대한 불안감이 전출 신청자의 속내가 아니겠느냐"며 "인력 구조조정이라기보다 공식적인 계열사 전출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현재 인력 구조조정 외에 7개 지점을 폐쇄하고 8개 지점은 10명 이내의 인력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점포 개념인 브랜치(branch)로 운영하는 등 지점 통폐합작업도 벌이고 있다.
또 지난 2일에는 그에 대한 후속조치로 상품 경쟁력 강화와 영업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증권가에서는 업계 톱 클라스인 삼성증권의 이 같은 움직임이 머지않아 다른 중소 증권사들로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증권업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결산법인인 19개 증권사의 2012사업연도(2012.4.1∼2013.3.31) 연결 영업이익은 8천101억원으로 전년보다 45.4% 급감했고, 당기순이익도 5천845억원에 그쳐 47.3% 폭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증권의 실적은 그나마 증권사 평균 수준보다는 나은 편이다.
삼성증권의 연결 영업이익은 2천291억2천900만원으로 전년보다 21.2%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천743억2천100만원으로 9.4% 줄었다.
주식시장 침체로 지난 1분기 말 현재 증권업계(62개사)의 임직원 수는 총 4만2천317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으며, 5분기째 감소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3/07/08 05:54 송고